[MBN스타 김윤아 기자] PD가 스타들보다 존재감을 과시하던 때가 있었는가. CJ E&M 나영석 PD와 신원호 PD는 톱스타 못지않은 인지도와 영향력으로 스타들은 물론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 둘은 아직까지 큰 이변 없이, 손을 댄 프로그램 모두 성공시키고 있다.
또한 나PD가 만든 여행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와 신PD가 연출한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는 높은 시청률에 그치지 않고 시즌제 포맷이라는 대중문화의 유행 흐름까지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 나가면 개고생?…‘오히려 승승장구’
두 사람은 2001년 KBS 27기 공채 PD로 함께 입사해 예능국 조연출로 활약했다. 이후 나PD는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신PD는 ‘남자의 자격’과 드라마 ‘올드미스다이어리’를 연출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왔다.
↑ 사진=MBN스타 DB, tvN |
특히 금요일 밤은 나PD와 신PD의 활약이 돋보인다. 신PD의 ‘응답하라 1988’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은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3.9%, 최고 시청률 14.8%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 또 한번 시청률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PD는 ‘응답하라 1988’에 대해 세 번째 시리즈인만큼 시청자들이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성공을 장담하지 않았다. 또한 잔잔한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임팩트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응답하라 1988’은 따뜻한 가족애는 물론 우리 골목과 이웃 등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향수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와는 공감 못할 거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복고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이 끝나면 나PD의 ‘삼시세끼-어촌편2’가 바통을 이어 받는다. ‘삼시세끼-어촌편2’ 역시 차승원과 유해진의 ‘브로맨스’에 손호준의 어리숙한 구석이 조화를 이루며 지난 21일 방송(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 기준 평균 12.8%, 최고 13.8%로)에서는 지상파 포함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CJ E&M의 배짱과 PD의 뚝심…시너지 ‘폭발’
나PD와 신PD는 CJ E&M으로 오면서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CJ E&M은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콘텐츠 제작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에 나PD와 신PD는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다.
나PD는 지상파였다면 제작비 제약으로 시도하기 어려웠을 법한 해외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케이블 방송은 비교적 PPL 광고에 관대해 예산을 집행하는데 있어 수월할 수 있다.
베일을 벗은 할배들의 해외여행 프로젝트는 ‘꽃보다 할배’라는 타이틀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또한 지상파 프로그램은 한 번 인기를 끌면 시청률이 떨어질 때까지 방송을 중단하지 않는다. 반면 나PD는 시즌제 예능프로그램으로 같은 포맷으로 친숙함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장소와 출연진으로 시청자들에게 참신한 재미를 선사했다. 나PD는 ‘꽃보다 할배’ 시리즈 성공을 발판 삼아 ‘꽃보다 누나’의 크로아티아 여행, ‘꽃보다 청춘’의 페루, 라오스 편도 제작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촬영을 위해 조정석, 정우, 정상훈과 함께 출국했다.
나PD는 2015년 이서진과 함께한 ‘삼시세끼’ 시즌2에 이어 차승원-유해진의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2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이외에도 웹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를 연출하며, 웹 콘텐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박2일’ 원년 멤버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까지 합세한 ‘신서유기’는 예고 영상과 본편 2회까지 포함,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2000만뷰를 돌파했다. 당분간 웹 예능 콘텐츠의 이러한 기록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응답하라 1988’로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신PD는 CJ E&M으로 이직하며 드라마 연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012년 이우정 작가와 함께 시작한 ‘응답하라 1997’은 초반 시청률 1.2%로 미미한 시청률에서 마지막회는 7.5%를 기록했다. 이것이 발판이 돼 ‘응답하라 1994’를 연출할 수 있었고, 당시 시청률 11.9%로 케이블채널 드라마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 연출자 출신이 아닌 신PD는 한 장면 한 장면에 굉장한 공을 들이기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촬영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드라마에 대한 애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앞선 인터뷰에서도 “아직도 드라마를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신PD는 더 고민하고,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풀어가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는 재능이 있지만 숨겨져있는 배우들을 발굴하는데 탁월하다. 때문에 ‘응답하라’ 시리즈는 ‘스타 등용문’으로도 불린다. 이번 ‘응답하라 1988’의 큰 재미 요소 중 하나 역시, 류준열, 류혜영, 안재홍, 이민지 등 신인 배우들의 활약이 손꼽힌다.
CJ E&M이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과 나PD-신PD의 기획력은 2015년에도 빛을 발했다. 제작이라는 것이 만드는 사람과 출연자 모두가 즐거워야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는 제작물이 나온다. 이미 KBS2에서 자리잡고 있던 스타 PD가 CJ E&M으로 이직하며 ‘무모한 도전’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두 PD는 자신이 구상해오던 재밌는 아이템으로 방송을 꾸려나갔다. 자신들이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시즌제로 구성해 쉬어갈 수 있는 여유도 탑재했다. 이보다 더 바람직한 콘텐츠가 있을까. 새로운 콘텐츠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CJ E&M의 배짱 또한 이들과 좋은 시너지를 일으켰다.
오는 2016년 1월엔 나PD의 ‘꽃보다 청춘’ 시즌3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승승장구의 기운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