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유지혜 기자] 시상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해를 정리하고 가장 활약한 이들의 노력을 치하하는 모두의 축제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 각 방송사에서는 올해에도 많은 화제작들이 쏟아져 벌써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MBC가 작년에 이어 연기대상 심사를 100% 문자토표로 진행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눈길이 모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MBC 연예대상도 2014년에 이어 100% 문자투표로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을 뽑는 ‘칼’이 시청자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문자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상식에 도입되는 과도기인 것일까. 이는 비단 MBC의 일만은 아니다. 많은 시상식에 적극적으로 문자투표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이렇게 100% 문자투표로 이뤄지는 시상식, 문제는 없는 것일지 의견을 나눠봤다.
[찬성] 선정 기준이 애매하다면 차라리 시청자 손에
지난 2014년 MBC는 방송사상 처음으로 시청자 문자투표로 연기대상을 선정해 화제가 됐죠. 연예대상도 그렇고요. 당시에도 시상식이 인기에 의존하며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논란이 많이 일었습니다. 특히 연기대상에 대해서는 더욱 말이 많았고요. ‘연기가 인기냐?’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꼭 작년이 아니고라도 시상식의 수상 결과는 늘 논란이 돼 왔어요. 공동수상을 남발하면서 ‘나눠먹기’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고요. 대부분은 시청률에 비례해 수상을 ‘나눠주는’ 관행(?)을 보였던 게 방송사 시상식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시청자의 문자투표는 안 된다는 건가요?
시청자가 시상식 수상 결과를 불신하게 된 원인부터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가 수상자를 뽑았다고는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수상이 이뤄진 건지 알 길이 없죠. 언뜻 보면 시청률 상승에 가장 일조한 사람(그 사람의 연기력이나 예능감이 어떻든 간에)을 주는 것으로 밖엔 비춰지지 않았어요.
시청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애매하고 불투명한 기준 대신, 문자투표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대상을 가른다면 이 또한 공정한 심사 방법 중 하나 아닐까요? 자칫 ‘인기투표’로 변질될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한껏 떨어진 시상식의 권위가 시청자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자투표 도입은 시기적절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시상식의 시청률은 문자투표 도입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2014 MBC 연기대상’은 동시간대 방송된 ‘SBS 연기대상’보다 약 4%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압승’을 했죠.
MBC에 ‘왔다 장보리’ 등의 화제작이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고라도 역시 높은 수치였습니다. 시청자의 높은 관심과 참여도는 저절로 시상식에 참가하는 스타들의 참여율도 높이고, 이를 통해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래도 문자투표, 부작용만 있다고 하실 건가요?
↑ 사진=2014 MBC연기대상/2014 MBC 연예대상 방송 캡처 |
[반대] “문자 투표 100% 반영? 이쯤 되면 인기대상 아닌가요?”
한해 가장 활약한 사람을 문자만으로 뽑는다고요? 연기력이나 예능 감각을 전문 심사 없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 거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중의 손가락에 키를 쥐어준다면 인기 투표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물론 전문가 심사와 대중의 평가가 적을 같이 한다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긴 합니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왔다 장보리’ 이유리가 주연은 아니었지만 대상을 거머쥐고 논란이 없었던 것도 문자투표가 제대로 이뤄져 나온 결과였죠.
그러나 변수가 많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연기력은 출중하지만 인지도나 인기 면에서 떨어진 후보는 트로피를 거머쥘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지니까요. 반대로 인기나 호감도가 높은 스타는 연기력과 관계없이 수상자로 호명될 수도 있죠.
게다가 국내 팬덤 문화는 아직 성숙하게 무르익지 않은 터라 팬클럽을 동원, 조작도 가능합니다. 아이돌의 배우 도전이 많은 지금 팬덤이 큰 아이돌의 수상 가능성은 그 누구보다도 높아질 수 있는 거죠. 한해 성과를 평가하는 시상식이 자칫 인기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거예요.
이뿐만 아니죠. 봄 시즌 작품에서 아무리 명연기를 펼쳐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킬미 힐미’로 전국을 신드롬에 몰아넣었던 지성이 올해 연기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손꼽히면서도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보다 그 존재감이 덜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시청자의 문자투표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죠. 타이밍을 누가 잘 타느냐도 수상 여부를 가르는 요소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 보니 100% 문자투표 방식도 그리 공정성 있어보이진 않죠? 문자에 전부 의존한 시상식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정말 주목되네요. 그 결과를 보면 이 방식이 정말 옳았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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