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소위 ‘압구정 사는 대단한 엄마들의 모임’이라 자랑한 엄마부대가 최근 SBS 문 앞에서 방송인 김제동의 퇴출을 외쳤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김제동이 연예인을 선망하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한 자리에 모인 것. 그 저변엔 유명인은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른바 ‘소셜테이너’의 수난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SNS에 정치적 성향을 표현한 가수 이승환은 지난 11월 누군가 자신의 차량을 고의로 훼손했다며 ‘보복성 테러’로 간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지난 2011년 MBC는 ‘소셜테이너 금지법’이란 규정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려 했던 배우 김여진이 별안간 출연 취소 통보를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쏟아졌다. KBS에서는 김제동, 윤도현 거취 문제가 불거지고, MBC에선 김미화가 갑자기 하차해 말이 많았다.
↑ 사진=MBN스타 DB |
진보 성향의 스타들에게만 ‘입 다물기’를 요구한 건 아니다. SBS ‘자기야’로 유명해진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은 한 진보 성향의 정치인에 대해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배우 김정태는 아들을 데리고 6.4 지방선거 유세에 나섰다가 도마 위에 오르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자진 하차했다.
이처럼 사회가 소셜테이너 혹은 폴리테이너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 탓일까. 몇 년 전에 비해 요즘 연예가를 살펴보면 사회적 이슈에 입을 여는 소셜테이너들이 현저하게 줄었다. SNS로 유기견 보호나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에 목소리를 높였던 가수 이효리는 지난 5월 트위터 계정을 없애거나 블로그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고, 대표적인 소셜테이너 김장훈도 불법 다운로드 논란, 기내 흡연 논란 등에 휩싸여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활동이 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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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특히 국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휩싸였을 때 두드러졌다. 여느 때 같았으면 수많은 스타들이 목소리를 높일 사안이었지만, 연예계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곤 조용했다. 김제동, 이승환 등이 분노했고, 샤이니 종현이 현 상황에 우려 섞인 글을 SNS에 남겼을 뿐이다.
연예인들 모두가 사회 이슈에 열을 올릴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는 민주주의 대한민국 땅에서 고작 몇 명만이 뜻을 내세웠다는 건 눈여겨볼 만하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것에 왜 ‘용감하다’ ‘소신’ ‘용기’라는 수식어까지 붙어야 하는지, 몇 년 새 소셜테이너들이 부쩍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지 깊이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