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노래, 춤, 연기 등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가 공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성마저 갖춘 뮤지컬은 다른 공연 장르에 비해 접근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에 따라 뮤지컬의 형식 차용하는 공연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게임소프트 업계에서는 문화콘텐츠의 강화를 위해 뮤지컬이나 영화 등 문화 사업으로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뮤지컬화, 과연 모든 것이 성공적이기만 할까.
2015지스타 행사 중 진행됐던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은 국내 최초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뮤지컬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었다. 웅장한 사운드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게임스토리가 다른 장르로도 확대될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흥미 있는 시도라는 등 긍정적인 평이 이어졌지만, 정작 공연을 접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나뉜다.
↑ 사진=블레이드 앤 소울 홈페이지 |
공연을 접한 한 관객은 “‘묵화마녀 진서연’을 통해 평소에 게이머들이 잘 접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닌 문화로서의 접점을 찾는 시도는 호불호를 떠나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평했으며, 또 다른 관객은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좋았고, 볼거리가 풍부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반면 공연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작 전부터 해당 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밝힌 관객은 허술한 스토리전개를 아쉬워하며 “다음에 뮤지컬을 만든다면 지금 작품보다 좀 더 개연성 있고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연에 불만을 드러낸 또 다른 관객은 “실제로 게임을 했던 이들은 스토리를 모두 알지만 뮤지컬만 봤을 대는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치 가위질을 많이 당한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뮤지컬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랩퍼 트루디와 헤어즈의 랩대결, 뜬금없는 중간 해설자들의 난입, 극과 어울리지 않은 사물놀이패와 탭댄스 역시 극의 집중을 흩트려 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악뮤지컬 ‘마술피리’ 역시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었다. 공연됐던 4일간 전석매진을 이루기는 했으나, 이는 넓은 공간을 100석이라는 소극장규모로 축소시키면서 가능하게 된 일이었다. ‘마술피리’에서 가장 지적이 된 부분은 바로 개연성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과 같이 널리 알려진 작품이 아닌 이상 개연성 있는 극의 흐름이 필요했는데, ‘마술피리’는 이 같은 부분을 놓쳤다는 것이다. 국악기와 오케스트라의 어울림은 훌륭했으나, 극의 진행과 해석이 되지 않은 주요 음악들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됐다.
‘묵화마녀 진서연’의 경우 행사기간 중 게이머를 위한 일회성 행사라고 하면 그냥 넘길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묵화마녀 진서연’의 원작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의 제작사 NC소프트가 이를 바탕으로 뮤지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것이다. 현재 NC소프트는 ‘묵화마녀 진서연’의 추가 공연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게임도 뮤지컬로 제작할 전망이다. 만약 정식으로 올리는 뮤지컬이 ‘묵화마녀 진서연’과 같은 길을 따른다면 이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좋은 콘텐츠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뮤지컬과 같이 줄거리가 필요한 문화콘텐츠에 게임의 지적재산을 활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연성 있는 줄거리와 이야기 구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준비 없는 뮤지컬과의 콜라보레이션은 결국 관객과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