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여릿여릿한 몸매와 간드러지는 목소리. 커다란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눈물, 애절하게 흔들리는 동공. 배우 김하늘을 생각하면 ‘멜로’에 이처럼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나 싶을 정도다.
김하늘은 드라마 ‘해피투게더’ ‘햇빛 속으로’ ‘피아노’에서 청초한 모습을, ‘로망스’에서 칠칠맞지 못한 모습에서 애절한 면모를, ‘90일 사랑할 시간’에서는 절절한 사랑을, ‘온에어’에서는 톱스타로, ‘신사의 품격’에서는 인간미까지 드러냈다. 영화에서도 다양하다. 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바이준’에서 애절한 로맨스 ‘동감’ ‘빙우’, 청순미에 푼수기를 더한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잊지마세요’ ‘청춘만화’, ‘7급 공무원’, 현실감을 드러낸 ‘6년째 연애 중’ 뿐 아니라 ‘령’ ‘블라인드’를 통해 ‘김하늘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다른 멜로 영화와 분위기가 달랐다고 생각한 작품이에요. 새롭고 다르다고 생각해서, 관객들도 그 분위기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분위기를 내가 이끌어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했어요.”
김하늘의 말대로, ‘나를 잊지 말아요’는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느낌에서 시작하지만, 김하늘과 정우성의 멜로에서는 눈을 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때문에 이어지는 기억의 조각과 그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과정도 이질감 없다.
“정말 생각 많이 했어요.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기억을 잃은 석원과, 저의 행동, 관객들이 보는 관점 등에 대해 수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만큼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했고 제 목소리도 냈어요.”
중심을 잡기 어려운 역할이지만 김하늘은 자신 만의 분위기로 그 적정선을 찾을 수 있었다. 막연한 슬픔이 아니라, 흐르는 눈물에도 공감할 수 있는 힘은 김하늘이기에 가능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이미 많은 작품에서 자신의 여러 면모를 내보인 김하늘이지만, 아직도 새로운 역할에 고민이 많다.
“배우는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연기 폭을 다양하게 하고 싶죠, 그래서 늘 목말라요. 꾸준한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교사’도 선택할 수 있었고. 차근차근 다른 색을 내고 싶어요.”
최근 결혼 소식을 전하며 ‘행복한 새 신부’를 꿈꾸고 있는 김하늘. ‘나를 잊지 말아요’가 결혼 전 마지막 작품이지만 긴장보다 여유가 느껴진다.
“여유가 생긴 거 같아요, 사실 작품을 하면서 겁낸 적은 없었지만. 그렇게 도전을 하지도 않거든요.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인데, 딱 하나 달라질 것 같아요. 모든 일에 편해졌다는 거예요. 물론 오랜 만에 돌아온 스크린이 긴장되기는 해요. 하지만 앞으로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 자체가 기억이에요. 기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기를 할 때 기억을 잃은 석원이 부럽기도 했지만, 전 힘들어도 기억을 하는 편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때문에 석원이 얄밉기도 했죠(웃음). 아픈 기억이던 감추고 싶던 기억이던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