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여자 4명, 그것도 연주팀. 밴드로는 흔하지 않은 조합인 에이퍼즈(A-Fuzz). 하지만 이들의 연주와 곡을 들으면 그런 편견은 쉽게 깨질 것이다.
빈틈 없는 연주와 흥을 자아내는 리듬감을 자랑하는 에이퍼즈는 지난 6일 자신들의 두 번째 미니앨범 ‘문샤인’(Moon shine)을 발매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K루키즈 최종 6인에 발탁되면서 앨범 발매 지원까지 받았다.
↑ 사진=에이퍼즈 제공 |
“그 전에는 저희끼리 힘들게 앨범을 냈다. 이번엔 K루키즈 덕분에 좀 퀄리티 있게 낼 수 있었다. 특히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까 좋더라. 순위랑은 관련없는 음악이지만 재즈 차트에서 1위를 하기도 해서 뿌듯했다. 직접 캡처해놨다.”(송슬기)
이번 앨범 ‘문샤인’은 총 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으로 연주팀답게 연주곡들로 구성됐다. 재즈적 요소가 강했던 이전과는 달리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채웠다. 그 중에서 타이틀곡인 ‘문샤인’은 에이퍼즈 노래 중에서 유일하게 보컬이 있는 곡으로 기타를 치는 김진이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곡이다.
“‘문샤인’이라는 곡을 쓸 때부터 보컬곡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희는 연주팀이지만 연주만 고집하는 팀은 아니다. 녹음은 안했지만 보컬곡이 있긴 하다. 공연에선 그때마다 게스트를 초대했는데 이번엔 보컬곡이지만 보컬의 역량이 필요한 곡이 아니다. 이 중에서 보컬을 할만한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는데 진이의 목소리 톤과 잘 어울렸다.”(송슬기)
첫 EP인 ‘페이딩 라이츠’(Fading Lights)는 에이퍼즈를 다양한 신인 선발 프로그램에서 상을 받게 해 준 고마움 앨범이다. 단 4개의 연주곡이었지만 에이퍼즈의 존재감을 각인 시킨 곡들이다. 이번 앨범이 ‘페이딩 라이츠’와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연주곡’이 아닌 ‘곡’이라는 점이다.
“연주보단 곡에 집중을 했다. 이전에는 재즈 장르에 기반을 두다 솔로 연주는 어느 정도 이상 넣어야하고 그런 것들에 중점을 뒀다. 이번엔 연주 솔로를 줄이고 듣는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간결하게 썼다. 3~4분 정도로 길이도 짧아졌다. 무엇보다 녹음실부터 아트워크까지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송슬기)
흔하지 않은 연주 밴드. 에이퍼즈는 연주 스터디를 통해서 팀을 꾸리게 됐다. 각자 가진 악기 연주를 더 잘하기 위해서 스터디를 구성했고 여러 개의 레퍼토리가 생기다 보니 공연까지 욕심이 났던 것. 그렇게 공연을 다니다 보니 이번엔 CD가 필요하게 돼 이렇게 음반까지 내게 됐다.
“개인 연습 겸 앙상블 하는 팀을 만들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겼다. 공연이라도 한 번 해볼까 생각해서 하게 됐고 뒤늦게 2014년에 혜민이를 영입했다. 이후에 부산 해운대 재즈페스티벌에 나갔는데 거기서 첫 상을 받았다. 그 때 받은 상금으로 첫 EP를 만들었고 그 이후로 뮤콘, EBS 헬로루키, K루키즈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김진이)
“앨범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공연을 하면서 들었다. 아는 팀의 공연 오프닝을 해주려고 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끝나고 저희 CD를 사고 싶어하셨는데 저희는 음반이 없어서 다른 팀 앨범에 싸인을 해서 줬었다. 그러고 바로 녹음을 해서 앨범을 냈다.”(송슬기)
재즈라는 장르로 밴드를 꾸리고 있지만 에이퍼즈 멤버들 중에서 재즈 전공자는 없었다. 헤비메탈 록음악을 했던 김진이부터 광고나 게임 음악을 만들어온 송슬기까지 전혀 연계성이 없었다. 그럼에도 왜 퓨전 재즈 장르 음악을 하게 됐을까.
“이 팀을 하면서 재즈 음악을 배우게 됐다. 음악이라는 게 특정 장르만 해야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하다 보니 배우게 되더라. 기본기가 있는 상태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 한다. 하다 보니까 알게 되고 배우는 부분이 많았다.”(신선미)
에이퍼즈는 여러 편견을 이겨낸 팀이다. 흔치 않은 여성 4인조 밴드라는 점, 록도 아닌 재즈 장르를 연주로만 해낸다는 것은 아직 개척하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각종 뮤지션 선발 프로그램에서 수상을 해왔다. 그 이유에 대해 에이퍼즈는 스스로 그 특이함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저희가 구성도 특이하고 연주곡만 한다는 게 특이해서 그런 것 같다. 저희가 퓨전 재즈 연주팀이긴 하지만 록밴드랑 공연을 많이 한다. 여자 4명이서 연주를 하는데 센 음악을 하니까 특이해 보였을 거다.”(김진이)
“사실 전 음악을 하면서 한 번도 여자라는 게 핸디캡이 된다고 생각을 안 해봤다. 근데 여자 밴드라는 편견이 있어서 놀랐다. ‘여자치곤 잘 하네’라는 말은 정말 싫다. 그냥 밴드로 봐주셨으면 좋겠다.(송슬기)
이미 에이퍼즈에게 달린 다양한 수식어들만 보더라도 이런 편견을 넘어섰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에이퍼즈가 지금까지 보여준 음악만으로 충분하다.
“저희 음악은 단색은 아니고 펄 들어간 색인 것 같다. 뚜렷한 색은 아닌데 어두우면도 밝은, 그런 분위기가 있다. 앨범에 대한 모니터링이 다 다르다. 그런 게 공존하는 게 저희의 색이다.”(임혜민)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