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순응자’의 감각적인 스타일에 꽃을 피우는 패션과 건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오전 배급사 영화사 백두대간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등 수많은 거장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작품 ‘순응자’의 패션과 건축을 집중탐구했다.
‘순응자’의 매혹적인 스타일과 완벽한 미학은 영화 이외에도 드라마, 광고 등 여러 시각 예술 매체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의 오마주가 눈길을 끄는데, 대표적으로 ‘순응자’의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는 1998년 플로렌스 베르사체의 패션 디자인이 유명하다.
↑ 사진=영화사 백두대간 제공 |
세계적인 브랜드 미쏘니는 2008년, 2009년A/W 컬렉션에서영화 ‘순응자’에서의 우아하면서도 강압적인 분위기를 재현하는 디자인 및 광고를 홍보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2010년 가을 시즌에는 인도 태생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빕후 모하파트라(Bibhu Mohapatra)가 ‘순응자’에 나온 의상들에서 영감을 얻어 완벽하게 떨어지는 정장 스타일에 모피 장식, 볼륨감 있는 모피 코트 등의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순응자’ 속 장엄하고도 절제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축 양식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순응자’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건축물들은 히틀러의 나치당과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이 지배하던 1920, 40년대에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파시스트 건축양식을 띤다. 이탈리아에서 먼저 시작된 파시스트 건축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건축양식과 현대적인 건축양식이 결합된 형태로 웅장한 규모에 절제된 장식 그리고 엄격하고 엄정한 균형미와 질서를 보여주는데, 실제로 무솔리니 정부는 국가와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한 전시용 건물을 많이 지었다고 한다.
독일과 연합하여 민족 차별법을 공표하면서 최악의 파시즘으로 물들었던 1938년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순응자’에서는 집무실, 광장, 병원, 심지어는 마르첼로가 지나가는 길에서까지 지나칠 정도의 질서와 균형을 강조한 파시즘을 표방한 건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러한 건물들은 거대한 국가권력 속 개인의 무기력함과 나약함을 극대화시키며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와도 같은 세계를 구현해 낸다.
이 같은 직선적이고 차가운 파시스트 건축과 화려하고 우아한 패션, 낭만적인 파리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감각적인 이미지는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순응자’의 심오한 주제 의식과 연결되어 국가와 개인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