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여왕’과 ’달콤한 남자’가 만났다. 그 조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도연은 과거와 변함없는 멜로의 아름다움으로, 공유는 섬세한 멜로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자극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정통 멜로는 기대감을 더 높인다.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 기홍(공유)과 여자 상민(전도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다.
아이의 국제학교 캠프로 잠시 헬싱키를 찾은 여자와 해외 근무 중인 남자는 우연히 동향하게 된 핀란드 북쪽의 텅 빈 설원에서 서로에게 끌리고, 마음을 내주면서 흔들린다. 누군가의 아내와 남편으로 정작 자신의 외로움은 잊고 살았던 두 남녀가 서로로 인해 다시 남자와 여자로 돌아간다. 두 사람을 만났다.
벌써 1년이나 지났기에 기홍과 상민 간 사랑의 감정은 식었지만 여전한 애정이 느껴졌다. 공유와 전도연이라는 선후배로서의 애정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촬영차 이동해야 했던 공유는 바로 위에서 인터뷰 중이던 선배에게 인사하러 왔고, 전도연은 "누나가 안아주고 싶은데 일하느라 안 되겠다 얘!"라고 농담을 건넸다. 후배 공유는 "누나도 참, 말당이 아주 그냥~"이라고 웃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전도연에게 현장에서 공유를 휘어잡았을 거라고 하니 "공유가 밀고 당기기 선수였다"고 웃는다.
’멜로의 여왕’ 전도연 인터뷰
전도연은 꼬리표처럼 달린 수식어가 싫진 않다. "’멜로의 여왕’은 더 나이 들어서도 이어가고 싶은 말이죠. 50~60살 때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가지고 가고 싶어요. 멜로라는 게 사람에게 영감이나 설렘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과거의 멜로도 좋았고, 지금 할 수 있는 멜로도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협녀’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 흥행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인데 쉽지 않더라고요. 사랑 못 받으면 위축도 되고, 상처도 받으며,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도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번에 ’남과여’로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요. 이윤기 감독님도 작정하고 상업영화라고 했으니까 말이죠.(웃음)"
다시 ’협녀’를 언급하면 액션은 안 하는 거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하니 "내가 몸치인 건 맞지만 다시 하면 액션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다. 그때는 칼을 들고 감정연기를 해야 했다. 눈도 안 보이는 역할이었으니…. 열외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시 영화 ’남과 여’로 복귀. 현실 속 전도연은 상민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 연기하기 쉬지 않았다. "상민은 건조하고 내면 안에 갇힌 인물이지만, 반면 저는 뜨겁고 표현도 잘하는 사람이거든요. 나로 인해 영향을 받아 상민 캐릭터가 온전히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캐릭터가 나와는 달라도 내 안에 있는 부분을 끄집어내 발견하고 찾아서 연기하는 것 같아요."
자폐아를 둔 엄마의 마음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그 엄마의 현실과 일상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일상이나 현실이 고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어떤 엄마냐고요? 저도 그냥 일반적인 엄마죠. 슈퍼우먼도 아니고요(웃음). 힘은 들지만 제가 해야 할 것이고 저의 선택이니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게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 몫이니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전도연은 11년 만에 드라마에도 도전한다. 검사 남편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되자 결혼 후 일을 그만두고 내조를 하던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의 tvN 새 드라마 ’굿 와이프’다. "무섭고 두렵다"는 그는 "’예전에 어떻게 16부까지 연결해서 연기하고 그 많은 대사를 소화했지?’라는 생각을 했고 무서워졌다"고 엄살을 떨었다. 하지만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달콤한 남자’ 공유 인터뷰
공유는 특히 "19금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물론 베드신을 ’무척’ 원했단 말은 아니다. 표현의 제약에 부닥치지 않아 좋았다는 얘기다. 드라마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지점들이 꽤 많은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기홍의 고뇌가 덜 느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했지만, 최선을 다해 표현했다. 그 감정이 오롯이 담겨있다. 공유의 떨리는 눈빛과 입술이 섬세하다.
공유는 본인이 기홍과 닮았다고 했다. 다정다감한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미적지근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기홍을 이해했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때가 있잖아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가정사를 얘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기홍은 상민을 알아보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순서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지만 몸으로 먼저 대화한 거죠. 기홍은 상민을 안으면서 확신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우발적이고 즉흥성이 있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설득이 됐어요."
물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으니 선배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나 그것보다 전도연과 함께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누나가 ’저 말 나한테 하는 건 정말 좋았어’라고 하는데 갈증이 해소되고 좋았어요. 확인받는 느낌이라서 최고의 칭찬이었던 것 같아요. 뭔가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뻤죠. 벽보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외롭지 않았고요."
공유는 전작 ’용의자’에서 거친 액션을 선보였다. ’남과 여’의 감정 연기와는 또 다르다. 뭐가 더 힘들까. "대사가 없는 연기가 확실히 힘들다는 것을 느껴요. 싸움을 시키는데 손발을 묶어놓아 내게 무기 하나를 뺏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용의자’의 지동철이나 ’도가니’의 은호 등 이전 작품들도 대사가 없었는데 전 그런 캐릭터를 즐기는 것 같아요. 대사 없이 감정 연기를 하는 게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요? 자신감보다는 무모함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게 보고 판단하는 게 큰 위안이긴 하죠(웃음). 다음 영화인 ’밀정’에서는 대사가 많은데 현장에서 항상 읊고 다녀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비난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 마음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죄는 아니잖아요. 분명 나쁜 일에 속하지만 감정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아닌
"기홍과 상민은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한 게 아니라 비슷한 사람을 만나 끌렸고 사랑이라고 받아들인 거로 생각했어요. 물론 그런 상황이 제게 오면 두 사람처럼 가능하진 않겠죠. 음, 공유씨는 총각이니 아마 어떤 사랑이든 할 수 있겠죠. 하하하."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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