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벌써 아나운서가 된지 20년 하고도 3개월이나 됐네요. 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부끄럽지는 않았어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롤을 했던 것 같거든요.”
SBS 손범규 아나운서는 그 누구보다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아나운서’란 단어에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실려있다는 그의 말은 직업적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 디자인=이주영 |
“특히 스포츠 중계가 잘 맞았어요. 대회가 끝나면 모니터 점수도 좋았고요. 영어전문가 곽영일 씨도 제 핸드볼 중계 코멘트를 다 기억한다며 좋아해주더라고요. 비록 어록은 없었지만 깊이 있는 중계를 만들려고 노력했죠. 경기 전반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죠. 경기의 의미나 선수들의 역사 등을 중계에 잘 버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은 코멘트 하나 놓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대로 움직인 그의 20년을 돌아봤다.
◇ 키워드 총평 : 손범규, 천생 ‘아나운서’군요!
키워드1. 아나운서 20년을 돌아보다
“매순간 재미있었고 아쉬웠던 점도 별로 없었어요. 입사할 때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모닝와이드’였는데 주말 MC 3년 평일 MC 4년을 했더니, 제 소원을 이룬 셈이었죠. 그렇게 목표를 이루다 보니 갑자기 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이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방송 생활 만족도를 점수를 매긴다면 100% 만족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할 수 있었고, 올림픽 대회도 6번이나 가는 기록을 세웠으니까요.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다 한 것 같아요.”
키워드2. ‘남들과 다른 인생’
그는 아나운서로서 이름을 날리지 못한 것에 대해 ‘내 그릇을 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제 좌우명이 ‘남들과 다른 인생’이예요. 아나운서로서 손석희, 차인태 선배처럼 유명해지진 않았지만, 스스로가 뭘 할 수 있는 그릇인지 알아서 크게 좌절하거나 그렇지 않았어요. 스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선 운도 중요하고 성격도 좋아야하는데 전 좀 까다로운 스타일이거든요. 화면에 비치는 얼굴을 대중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고, 하하. 그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그럼 나는 어떤 아나운서가 돼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서 국어학 박사도 따고 아나운서연합회 회장도 역임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해왔던 것 같아요.”
키워드3. ‘아나운서’란 자부심
그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직업에 대한 애정을 한껏 실었다.
“제 아들이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어요. 물론 아나운서란 직업이 힘이 있거나 돈을 굉장히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어딜 가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직업이잖아요? ‘아나운서’라고 하면 거부감을 갖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호감을 보이죠. 그게 이 직업의 최고 매력이예요. 다만 제작진에 캐스팅 당하는 이미지가 강해서 주도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앞으로 후배들에게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게 제 바람이죠.”
키워드4. 후배들에게 한마디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방송 전반에서 활동 중인 후배 아나운서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후배 아나운서들을 보면 우리 세대보단 똑똑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방송에 대해 노련해졌고, 자기 관리도 훌륭하거든요. 다만 아쉬운 점은 아나운서란 직업을 왜 택했는지 그 사명감이 뚜렷해졌으면 좋겠다는 거죠. 단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아나운서가 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사명감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좀 더 크게 열었으면 좋겠어요.”
키워드5. 내 삶의 원동력
아나운서 생활에 100%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사는 그의 삶은 8할이 ‘급하고 부지런한 성격’ 때문이라고.
“전 잠시도 가만히 있는 편이 아니예요. 뭔가 하면서 얻는 걸 즐기는 성격이죠. 그래서 수많은 일을 시도해봤고 끊임없이 활동하는 게 제 삶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방송인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조건이 궁금증과 호기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키워드6. ‘28살’ 손범규에게
소처럼 열심히 살아온 그에게도 한 가지 되돌리고 싶은 게 있다고. 바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만약 20년 전 ‘손범규’를 다시 만난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열심히 살되 따뜻하게 살아라! 지금에 충실하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라! 요즘은 그래서 화도 안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호불호를 강하게 표시할 필요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손범규는 누구?] 1968년 생으로 홍익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를 마쳤다. ‘모닝와이드’ ‘스포츠센터’ 등을 진행해왔으며 2000 SBS 프로그램 진행상, 2008 한국어문상 대상 등을 탔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