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최근 MBC ‘내딸 금사월’이 30%대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마지막까지도 ‘막장극 논란’에 시달리면서 유쾌하지 못한 퇴장을 했다. 출생의 비밀, 끝없는 악행, 등장인물의 비상식적인 관계, 개연성 없는 전개 등으로 51부작 내내 시청자의 손가락질을 숱하게 받아왔다.
이런 막장드라마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막장극 대모’ 임성한은 겹사돈이란 파격적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보고 또 보고’를 시작으로 ‘인어아가씨’ ‘신기생뎐’ ‘하늘이시여’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등으로 작가료를 끌어모으다 반강제 은퇴를 맞이하게 됐고, ‘내딸 금사월’ 김순옥 작가도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왔다 장보리’ 등 비슷한 플롯의 드라마들을 앞세워 막장극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 사진=MBC |
아침·저녁 일일드라마를 들여다보면 그 심각성은 더욱 높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 ‘최고의 연인’에서는 의붓남매가 결혼을 강행하려하거나 복수심에 눈이 먼 악녀가 여주인공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고, SBS ‘내 사위의 여자’에서는 장모가 자신의 사위와 잃어버린 딸의 사랑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 재벌가 음모, 출생의 비밀 등은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이 설정돼 있다.
이런 막장극 논란은 1960년대에도 있었다. 1969년 MBC ‘개구리남편’이란 작품에서는 유부남 과장과 신입 여사원의 외도를 그리며 TV 드라마 최초로 불륜을 다뤄 논란이 됐다. 이외에도 MBC ‘안녕’(1975) TBC ‘아빠’(1975)도 저속 퇴폐 드라마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막장극의 논란은 국내 드라마의 오랜 병폐였다.
이에 대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방송 드라마의 공적 책임, 이대로 좋은가? 저품격 드라마의 공적 책임 회피현상과 개선방향 모색’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금림 작가,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노동렬 교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 등 패널 다수가 참석해 막장극 원인과 대처 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이날 패널 일부는 막장극 생산의 원인을 제작시스템에 물었다. 노동렬 교수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일일드라마 방송 기간, 막장극 작가들의 가치관, 방송사 편성 시스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고,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 역시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막장극 편성과 제작을 비판했다.
반면 제작사 측 대표로 나온 박상주 사무국장은 시청자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막장극 생산의 근본적 원인은 시청자다. 시청자가 보지 않았다면 막장극이 계속 생산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청자가 막장극 생산의 근본적 원인이라 몰아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시청자가 막장극을 계속 보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오고, 방송사나 제작사 역시 수익성을 외면하지 못한 채 막장극을 계속 편성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비겁한 변명처럼 보일 수 있다. 생산된 콘텐츠 내에서 제약된 채널 선택권이 있는 시청자에게 애초 막장드라마 공급을 제한했다면, 시청자가 막장극의 MSG에 물들었을까. 불량식품을 팔고 먹는 아이들을 탓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류의 의미 없는 소모전이란 인상도 강하다.
중요한 건 막장극 원인을 알고 싹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바퀴벌레처럼 곳곳에서 피어나는 이런 드라마를 철퇴하고 근절하는 제재를 강화해야한다는 점이다. 방송사, 제작사의 자정작용이 급선무며, 방송통신심의회의 제재 활동도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시청률을 볼모로 잡은 막장극에 전쟁을 선포해야하는 것은 시청자가 아닌 이런 공급책이 아닐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