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위대한 유산’이 종영했다. 그것도 예고 없이. 그동안 감사했다는 메시지만이 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시청률로 재단된 이들의 갑작스러운 폐지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MBC ‘위대한 유산’에서는 UFC 파이터 김동현과 MC그리, 최환희, 홍화리, 홍화철, 현준희, 현준욱, 그리고 특별 게스트로 피에스타 차오루가 어촌 마을로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차오루는 깜짝 손님으로 등장, 김동현과 함께 아이들을 돌봤다. 그는 아이들에 음식도 해주고, 엉뚱발랄한 에너지로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놀아주며 ‘일일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그런 차오루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김동현과의 핑크빛 러브라인도 덤이었다.
↑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하지만 이들의 신나는 어촌 생활도 잠시, 곧 이들은 시청자들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게 됐다. 예기치 않은 이별이었다. 김동현은 그동안 아이들과 진심을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는 말을 남기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차오루 또한 하루뿐이었지만 아이들과의 이별에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자막으로 이들의 종영을 지켜봐야 했던 시청자들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위대한 유산’의 폐지는 이미 공식화되긴 했지만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폐지 날짜, 후속은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게 MBC의 공식 입장이었다. 갑작스레 나오는 이들의 마지막 소감은 허탈감 그 자체였다.
사실 ‘위대한 유산’은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추석 특집 파일럿 당시 뜨거운 반응을 받았지만 편성이 된 후에는 큰 화제를 얻지 못했다. 초반 AOA 찬미, 배우 강지섭 등 다양한 스타들이 부모 세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후반에는 연령대를 확 낮췄다.
이에 대해 ‘위대한 유산’의 박영미 PD는 “성인 자녀와 부모의 이야기는 레귤러 프로그램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포맷을 바꿀 때에도 ‘가족 예능’이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초점은 ‘가족’이었고, 그래서 환희를 비롯한 아이들이 모여서 시골로 떠나게 됐다”고 말하며 포맷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위대한 유산’엔 제작진의 노력이 깃들어있었다. 이들은 포맷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故최진실의 아들 최환희 군을 섭외했고,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날 때에는 현장에서 ‘엄마’ 혹은 ‘아빠’처럼 이들을 돌봤다. 1월 초 포맷이 바뀌고, 김동현이 ‘삼촌’으로 투입된 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상황이었다.
UFC 파이터 김동현의 진심과 노력도 남달랐다. 제작진은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김동현은 육아 전문가들에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노트를 해갔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이었다”고 그의 노력을 전했다.
이런 노력 끝에 아이들과 김동현, 그리고 ‘위대한 유산’의 케미는 점점 빛을 발해갔다. 처음에는 ‘서열 싸움’ 때문에 티격태격하던 화철이와 준희, 준욱이도 격의 없이 형제처럼 지내게 됐고, MC그리와 최환희는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국민 형제’로 거듭났다. 제작진 또한 아이들을 위해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끝날 때까지 착한 예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차였다.
물론 방송사는 시청률로 굴러가는 조직이다. 시청률이 결국 ‘성과’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은 이해한다. 올 설특집 프로그램들이 연례없는 ‘대박’을 쳤다는 것도, 이들이 정규 편성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그동안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삼촌 혹은 이모의 마음으로 지켜봤던 시청자들에 아무런 예고 없이 이들을 퇴장시키는 건 가혹한 처사다.
다이나믹하고 늘 웃기는 예능도 있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함과 잔재미를 전하는 ‘착한예능’도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시청률 파급력이 없다는 이유로 ‘착한예능’은 언제나 이렇게 시청률로 재단되고 있다. 참, 서글프고 슬픈 이별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