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악플러 때문에 고난을 피하지 못하는 연예인들, 과연 가장 고통받은 이는 누구일까.
최근 연예계에서는 악플러들에 대한 칼을 갈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SM, YG, 씨제스, FNC, 로엔 등 거대 기획사들이 속속 악플러들에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한 후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겨 소속사 차원에서 제보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악플러라는 단어가 막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2004년부터 지금까지 근 10년간 악플러 때문에 연예계에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했다. 이에 직접 현직 변호사들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악플러 관련 사건을 물었고, 이에 故최진실 사건과 타블로 학력 위조 의혹 사건이 거론됐다.
↑ 사진=MBC스페셜 방송 캡처 |
김도경 변호사는 “아무래도 타블로의 스탠포드 대학 학력 위조 의혹 사건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고 말하며 “당시 정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악플러들에 실형 1년이 선고됐다. 다른 게 아닌 명예훼손에 대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이례적이라 기억에 더욱 남는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타블로 학력 위조 사건을 주도한 ‘타진요’ 운영자인 ‘왓비컴즈’가 미국 국적이고,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중지가 된 것에 대해 “우리나라 국적이 아니면 처벌이 어렵다. 이태원 살인사건처럼 강력 범죄의 사항이면 용의자가 소환돼 재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기소중지 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故최진실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리 악플러들에 법적 조치를 한다고는 하나 연예인 본인의 정신적 충격은 어쩌지 못한다. 법률대리인이나 소속사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본인이 스스로 감내해서 더욱 정도가 심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故최진실 사건은 악플로 사망까지 이른 사건이기 때문에 법조인들도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한 법과대학 교수는 “최진실 씨는 2006년 즈음부터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악플 때문에 최진실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직결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하다. 국민배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국민들의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그 사건 이후 국회에서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입법을 추진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악플이 그의 극단적 선택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심적 고통을 겪었을 그를 떠올리며 “최진실 씨가 조금만 더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당시에는 ‘연예인들이 악플에 이 정도까지 반응을 해야 하냐’는 분위기가 많았다. 여배우로서 그 기조에 맞서 법적대응을 펼치기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내하기보다 악플러들을 처벌하고 강경대응할 것을 공표했다면 그런 악플들이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 사진=MBC 히스토리 후 |
하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기준에서 악플과 비판을 구분짓는지, 악플은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그 행방이 일반인들에게 모호한 게 사실. 이에 대해 김도경 변호사는 “댓글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아무 근거 없는 욕설을 하면 모욕죄, ‘누가 어떠하더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면 정보통신이용법 중 사이버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목적’이 중요하다. 비방의 목적이 있으면 성립이 되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허위사실’은 죄질이 안 좋다.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그게 어떤 의도가 있지 않더라도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말하며 허위사실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댓글을 썼는지, 어떤 수위로 썼는지, 어떤 내용을 썼는지 등을 전부 다 평가하게 된다. 허위사실 기재도 ‘공공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구분되지만 대부분의 ‘악플’들은 사익에 가깝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사이버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 상당히 다양한 기준을 거쳐 ‘악플러’를 걸러내기 때문에 비판을 목적으로 소신을 밝힌 댓글들에 이유 없이 처벌을 내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당부다.
전에는 ‘악플러 고소’에 대한 경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면, 지금은 전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는 것에 대해서 법조인들과 연예계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변화”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 비극적인 ‘악플러 사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