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MBC 강다솜 아나운서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법대 출신 아나운서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 하면, 지난 1월 에세이집 ‘그렇다면 참 좋겠다’를 출간하며 작가로서 이름도 알렸다.
인터뷰를 위해 그를 처음 마주한 인상은 아주 강렬했다. 카키빛에 가까운 염색머리, 아담한 체구에 강단 있어 보이는 분위기까지, 여자 아나운서라면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와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다. 이미 틀을 깨버린 그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박다솜, 틀은 이미 깨졌다
키워드1. 법대, 내겐 어울리지 않아
강다솜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인재다. 법대 출신이 아나운서로 진로를 선택하기까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사실 대학은 점수 맞춰서 간 거였고, 제 적성보다는 부모와 선생의 바람이 녹아든 선택이었죠. 다들 고등학생 땐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전 법 공부가 그렇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감성적인 성격이라 논리적인 화법도 잘 안 맞았고요. 그러다 과내 힙합동아리를 들어가면서 이런 제 성격이 더 극대화됐던 것 같아요. 모의UN 영어통역도 하고 책 동아리도 들고.. 아웃사이더가 될 만큼 많은 일을 했죠. 그러다 어느 날 ‘법학으로 밥벌이를 하고 싶진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뭘 할까 싶어서 일단 외무고시 준비를 1년 했는데, 1차 시험을 보고서도 제 길이 아니었는지 붕 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결국 아나운서로서 진로를 틀게 됐죠.”
키워드2. 아나운서를 동경하다
아나운서를 향한 꿈은 어릴 때부터 늘 마음 한 켠에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나운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어요. 특히 나긋나긋하게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하는 라디오 DJ는 제게 희열을 줬죠. 또 라디오는 한순간 스쳐가는 시간을 박제시키는 매력이 있잖아요? ‘DJ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더니 아이돌, 배우, 아나운서가 되는 수 밖에 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2년간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고 꿈을 이뤘죠. 지금의 만족도요? 굉장히 행복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라, 쉬고 싶기도 해요. 하하.”
키워드3. 아이부터 어른까지
강다솜의 프로그램 경력은 다양하다. 24대 마지막 뽀미언니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하면, ‘그린 실버 고향이 좋다’에선 시니어들의 사랑을 받으며 푸근한 진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아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섭렵하는 것 같다고 하니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제 얼굴이 어디에 둬도 무난하게 스며드는 느낌이라서가 아닌가 싶어요. 하하. 날카롭거나 너무 순해 보이지 않아서 여러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부장은 ‘다솜인 어디다 둬도 평균이상은 하니까’라고 하더라고요. 반면 아나운서로서 특화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죠. 라디오 외엔 욕심을 내서 의견을 내세운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 것 같아요.”
키워드4. 서른, 에세이로 남기다
에세이에 대해 입을 여니 쑥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책을 쓴 계기를 물었더니 ‘서른살’이란 상징적인 단어를 꺼냈다.
“서른 살이 됐는데 제겐 큰 변화가 없었어요. 난 여전히 그대로고 항상 똑같은데 주위에서는 ‘삼십대니까’를 자꾸 강조하더라고요. 변화가 필요한가 싶어서 계기로 삼으려고 책을 썼어요.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해본 계기였다고나 할까. 또 하나, 여자 아나운서 틀을 깨고 싶었던 마음도 컸어요. 염색도 그런 의미해서 했고요. 사람들에게 자주 ‘여자아나운서가 그래도 돼?’란 질문을 받다보니 어느새 제가 자기검열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 틀을 깨고 싶었어요.”
키워드5. 친구 찾아 삼만리
‘하고 싶은 대로 주저 없이 즐겁게 살자’라는 강다솜의 철학은 외국 친구와 에피소드에도 묻어났다.
“어릴 적 이란에서 살 때 정말 친해진 파키스탄 친구가 있는데 17살에 제가 한국으로 오는 바람에 헤어졌어요. 당시 ‘10년 뒤에 꼭 만나자’ 약속하고 꾸준히 연락했는데 어느 순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삶의 코드가 달라지다보니 피상적인 대화만 나누고 있더라고요.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연락을 끊었죠. 추억을 퇴색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데, 지금 제일 후회하는 선택이예요. 하하. 그러다가 작년에 그 친구가 먼저 제 동생 SNS로 연락해 서로 다시 이어지게 됐죠. 제가 ‘정말 미안하다’고 하니 그 친구는 ‘당연히 친구인데 내가 널 찾아야지’라고 답해주더라고요. 관계에 있어서 둘 중 한명만이라도 찾으면 된다고요. 그래서 그 친구가 있는 영국으로 날아갔어요. 너무 보고 싶었거든요. 13년 만에 만난 건데, 마치 시간이 냉동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살도 찌고 많이 달라졌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죠. 17살 이후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두렵지 않은 기분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키워드6. 부모를 보고 결혼을 꿈꾸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관심 있는 것도 많아 결혼은 아직 생각 없겠다고 물으니 고개를 저으며 ‘내후년 정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결혼은 해야할 것 같긴 해요. 얼마 전에 부모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죠. 두 분이 서로에게 다정하기도 하고 토닥거리기도 하는데, 그렇게 사는 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하루는 터키 공항이 폭설로 마비된 적이 있었는데 엄마에게 ‘엄마가 만약 저 상황이었다면 영어도 못해서 어떡하겠느냐’라고 걱정했거든요? 근데 엄마가 ‘아빠가 구해주겠지’라고 자신감을 표하더라고요. 아빠도 똑같이 대답하고요. 그 단단한 믿음을 보면서 저런 사람을 만나서 오래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상형이요? 감당할 수 없는 허세가 있는 사람이거나 감정의 기폭이 큰 사람은 싫어요.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키워드7. 강다솜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마지막으로 자신을 한 단어로 정의해달라 했다. 그는 주저없이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무기력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느려도 되니까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강다솜은 누구?] 1986년생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 ‘잠 못 드는 이유 강다솜입니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