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내 딸 금사월’로 배우로서 인지도도 넓히고 인기도 얻은 송하윤에게 목표를 물었다. 더 좋은 작품, 더 멋진 캐릭터 같은 단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의 목표는 다름 아닌 “행복하기”. 참 순수하고 맑은 송하윤의 대답다웠다.
송하윤은 지난해 120부작 드라마 KBS2 ‘그래도 푸르른 날에’를 끝내자마자 MBC ‘내 딸 금사월’에 합류, 50부작을 달렸다. 그야말로 강행군이다. 원래도 ‘쉬지 않기로’ 유명한 송하윤인데, 이번에는 강행군의 ‘정점’을 찍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냐고 물었더니 “저도 이제 와서 보니 ‘너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3년 동안 딱 5일 짜리 휴가 한 번 쉬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입사할 때 대표님께서 제게 ‘해보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쉬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마음은 굴뚝같은데 오디션은 계속 떨어지고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홀로서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에 이름도 바꾸고, 회사도 다른 곳을 알아보던 차에 JYP에 입사하게 됐다. 약속을 참 잘 지키는 회사다. 쉬지 않고 싶다고 했더니 진짜 쉬지 않게 해준다.(웃음)”
그렇게 달려와서 만난 ‘내 딸 금사월’은 그야말로 폭풍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주오월이 다시 나타나 ‘사이다’ 같은 복수를 해나갔다.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이끈 캐릭터여서 더욱 사랑을 많이 받았다. 송하윤은 그런 주오월을 떠올리며 “사실 원래는 중간에 죽어서 하차를 하는 역할이었다”고 말하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시청자 분들께서 주오월이 남편과 친구를 잘못 만나가지고 고생하니까 불쌍해서 그런지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 주오월이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니 그대로 하차하면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을 것 같았다. 급하게 작가님께서 전화가 왔다. 전 그대로 하차하는 줄 알았는데 ‘같이 계속 하자’고 말씀하시더라.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그렇게 ‘생명 연장’을 한 주오월로 살면서 송하윤은 두려움과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 사랑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하지만 그 압박감에 압도당하기엔 주오월로서의 삶이 너무 바빴다. 송하윤은 “‘내 딸 금사월’을 촬영하면서 제3자의 눈으로 드라마를 바라보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주오월 캐릭터에 에너지를 다 쏟아내야 했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면 그게 깨지더라. 그래서 가끔은 ‘송하윤은 어디 갔지’라는 생각도 들고, 송하윤이란 인간의 시간은 없는 것 같아 외로웠다. 그래서 더 주오월에 집중했던 것 같다. 감정 유지를 하려고 대기 시간에도 아역 배우들과 함께 계속 촬영분을 되새기고, 배우들끼리 똘똘 뭉쳐서 다른 생각 않고 오로지 드라마만 생각했다.”
힘든 순간에도 송하윤을 잡아준 건 다름아닌 연기와 주변 동료들. 그는 “드라마가 끝나고 더 뚜렷하게 생각하게 된 건 제가 저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건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내 딸 금사월’과 주오월을 다른 모든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준 거라고 설명했다.
“남편이 나쁘게 버렸기 때문에 주오월이 더 불쌍해보였고, 아이들이 나를 쫓아다녔기 때문에 엄마가 된 거다. 시어머니가 날 구박했기 때문에 더 안쓰러워졌고, 금사월(백진희 분)이란 주인공이 나를 그리워해줬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제가 다시 나타났을 때 반가워해줬다.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다른 배우들이 다 채워줬다. 뒤돌아보니 작품은 함께 하는 거라는 걸 더 뚜렷하게 느끼게 되더라.”
↑ 사진=내딸금사월 메이킹영상 캡처 |
송하윤은 그 덕분에 무사히 ‘작품 마라톤’을 끝냈다. 현장에서 참 많은 생각과 배움을 얻었다고 그는 말했다. 2003년 데뷔해 꽤나 오랫동안 작품생활을 했지만 그는 “아직도 배우로서는 멀었다. 연기한 시간보다 해야 할 시간들이 더 남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들이 이어져서 ‘내 딸 금사월’의 주오월이 탄생했다며 과거의 경험을 소중하단다. 특히 주오월로 스스로의 한계를 더 깬 느낌이라며 그는 ‘주오월 다음의 송하윤’을 더욱 기대했다.
“주오월의 감정의 폭이 참 넓었다. 사투리, 아기 엄마, 시집살이, 갑자기 낮아진 지능. 정말 다양한 요소들을 안고 7개월을 살아서 경험하지 못할 만한 감정들을 많이 썼다. 그래서 제 감정들이 더 ‘벼려진’ 느낌이고, 다음 작품에 어떤 캐릭터를 해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도전을 통해 많이 제 자신을 ‘깼다’.”
그렇다면 배우 송하윤의 최종 목표는 뭘까. 그는 “오늘의 목표와 내일의 목표도 언제나 ‘행복하기’다”라고 대답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행복을 가져야 정말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그는 ‘솔직하게, 화려하지 않게, 깨끗하게’ 연기하자고 마음먹었던 초심을 돌이켰다. 변화도, 도전도 무섭지 않은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면, 더 두려울 게 뭐가 있으랴.
“다른 것 없이 ‘깨끗하게’ 연기하고 싶다. 비우고, 저를 깨고, 받아들이면서 성장하고 싶다. 한 작품을 끝내면 한 인생을 산 건데, 그 때 또 내가 변하게 된다. 그런 변화들이 무섭지 않고 기대가 된다. 그래서 ‘또 다시’ 변한 내가 좋고 행복하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외로워도, 그 연기를 선택한 건 저다. 그러니 언제나 후회는 없다. 그냥 ‘가는 거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