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배우 황정민은 지난 2015년 한 해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 배우다. 연초에 영화 ‘국제시장’ 개봉에 이어서 ‘베테랑’ ‘히말라야’ ‘검사외전’까지, 극장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황정민이었다 해도 무리가 없겠다. 개봉 시기가 맞물리면서 황정민의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하게 됐지만, 관객들의 입장에서 그의 연속적인 출연이 다소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런 황정민이 2016년 영화 ‘곡성’으로 또 다시 등장했다. ‘곡성’에 황정민이 출연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믿고 보는 배우라며 반가움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던 반면에, 이번에도 황정민이라는 의견이 조금씩 대두됐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그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상황 때문에 관객들이 느낄 수밖에 없었을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곡성’의 황정민에게 결코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던 황정민에게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라는 단어가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곡성’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황정민이 무당이라는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그의 연기 변신이 가능했을 거라 예상한다. 그러나 다른 영화에서도 들어왔던 황정민의 사투리도 달랐고, 황정민의 눈빛도 달랐다. 분명히 황정민인데, 그동안 우리가 영화 속에서 봤던 황정민의 모습이 아니었다.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중에 황정민이 등장하는 타이밍은 중반부쯤이 되겠다. 다른 작품에서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그가 ‘곡성’에서 나타나는 분량은 적지만, 짧은 순간 등장에도 그의 존재감은 누구보다 강렬했다.
황정민은 “정말 내가 신내림 받은듯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촬영에 앞선 테스트에서 소리와 나, 나의 움직임 모든 것이 하나로 모아지는 고도의 집중력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진짜 원초적인 행동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뛰는데도 힘들지 않았다. 내가 하면서도 스스로 놀라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말 신내림이라도 받았던 것일까. 황정민은 황정민이 아닌 무속인 같았고, 캐릭터 그 자체에 흡수됐다. 완벽한 주연이라고 할 수 없을 캐릭터에, 그가 도전하려던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곡성’의 황정민은, 그를 지루하다 생각했던 관객의 예상을 완벽히 깨버리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