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배우 곽도원이 처음으로 주연의 무게를 오롯이 지게 됐다. 영화 ‘곡성’을 통해 ‘황해’ 이후 나홍진 감독과 재회하게 된 곽도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부성애와 동시에 그간 연기력을 한껏 뽐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선보였던 강렬한 연기가 그를 대표하는 필모그래피였다면, ‘곡성’은 곽도원에게 또 다른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예정이다.
“‘변호인’ 때는 정치적인 색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 말고는 즐겁게 봤다는 반응이었어요. 근데 아무 욕 없이 계속 좋게 봐주신 게 처음이에요. ‘곡성’은 촬영 할 때도 그랬는데, 끝나도 나도 부담과 책임감이 계속 있었죠. 찍을 때는 절 믿어준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그 만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끝나고 난 다음이 더 어마어마했죠.”
↑ 사진=이셉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그의 말처럼, ‘곡성’은 언론시사회 이후 반응이 뜨거웠다. 호평이 줄을 이었고, 그만큼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게다가 제 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부문 초청으로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도 한 몫을 했다.
“사실 기자들하고 평론가, 관객들의 시선이 다르잖아요. 더 무서운 건 개봉하고 2, 3일이 됐을 때에요. 그 평이 관객을 좌지우지 한다는 걸아니까요. 상업영화를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두시간반동안 재미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곡성’은 기나긴 러닝 타임 동안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타이트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배우로서 곽도원이 처음 ‘곡성’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 느낌은 어땠을까.
↑ 사진=이셉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보통 시나리오를 읽으면 착한 놈은 착한 말을 하고, 나쁜 놈은 나쁜 말을 하잖아요. 근데 이건 범인이라 생각한 사람이 도와주는 듯한 말을 하고, 그러다가 나쁜 놈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울기도 해요. 속지 말라고 하니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지금 세 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보면 볼수록 플롯이 너무 완벽해요. 시나리오에서 느낄 수 없던 것들이, 편집에 의해서 바뀌었는데 그런 것들이 플롯을 더 강화시킨 것 같아요”
“맨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의문이 있었어요. 근데 영화를 다 찍고 나니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찍는 중간에는 이렇게 오래 찍을지 몰랐어요(웃음). ‘황해’ 때 4회 차 스케줄로 이야기가 나왔는데 막상 현장에 나간 건 15일 정도 됐어요. 계단에만 3일 누워있었죠(웃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잘하고 이런 건 아니더라도, 열심히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추격자’가 김윤석, 하정우, 나홍진 감독의 호흡이었다면, ‘곡성’은 어쩌면 나홍진 감독과 곽도원의 호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의 연출이 아니었다면 ‘곡성’의 곽도원은 없었을 것이고, 곽도원이 아니었다면 나홍진의 ‘곡성’도 이런 강렬함을 주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사진=이셉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나홍진 감독은, 정말 이렇게 죽을 것 같이 하는 사람은 처음인 느낌이에요. 정말 잘 하더라고요. 인간 대 인간으로 봤을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죠. 또 ‘해무’때 촬영 감독님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이 산 저 산을 돌아다니시면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촬영하시더라고요. 매일의 일출과 일몰이 다르니까, 그걸 다 욕심을 내고 찍으시더라고요. 심지어 촬영 전에 치통이 있으셨는데, 촬영 중에 치통이 생길까봐 하루 만에 임플란트를 7개인가 9개를 박으셨대요.”
“촬영 현장에서 세 사람만 미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촬영 감독, 감독, 주연배우 이렇게 세 명이요. 다른 사람들이 미친 건 제가 아니까, 저만 미치면 되더라고요. 그래서 죽을 것 같이 하면 되겠구나 싶었죠.”
11일 전야개봉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곡성’은 벌써부터 높은 예매율을 자랑할 정도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곽도원이 느끼는 ‘곡성’은 어떤 영화였을까.
“부성애가 진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찍으면서 결혼을 해본 적도, 아이도 없어서 부성애가 얼마큼일까 또 아이를 안았을 때 안는 모양새가 어떨까 그 디테일이 궁금했고 그게 숙제였어요. 그럴 때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찍으면서 느낀 게 결국은 아버지가 돼봐야 아버지를 아는 거였어요. 6개월 촬영 동안 딸과 지내다보니까, 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셨을 때 아버지가 하셨던 행동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아버지가 신체장애가 있으셔서 좀 절뚝거리셨는데, 그 몸으로 어떻게 1남2여 다섯 식구를 먹여 살리셨는지요. ‘곡성’은 그런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들이, 긴장감 있고 밀도 있게 표현된 영화라고 생각해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