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는 전작의 아우라에 힘입어 제작단계에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뚜껑을 여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조근식 감독이 호언장담한 “영화를 통해 문화의 간격을 줄이는 범아시아적 결합”이라는 거창한 기획 의도는 물음표를 남기게 됐다.
영화는 원조 엽기적인 그녀(전지현)를 떠나보낸 견우(차태현)가 또 한 번 인생을 뒤바꿀 새로운 엽기적인 그녀(빅토리아)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예쁘고 능력 좋은 첫사랑 그녀의 열정적인 구애에 견우는 원조 그녀와의 이별을 금세 잊고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관객들이 공감할 만큼 친절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견우의 고달픈 직장 생활이 예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사람의 톡톡 튀는 로맨스 안에서 ‘갑을 관계’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적절하게 다뤄졌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었겠지만, 영화는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운만 띄워놓고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조 감독이 히든카드로 내놓은 빅토리아 역시 전지현을 넘어서기는커녕, 빈자리를 채우기에도 역부족이다. 우려스러웠던 한국어 실력과 부족한 연기 경험이 스크린에 그대로 나타났다. 정확한 발음 구사를 위해 놓쳐버린 감정선은 몰입을 방해할 수준이다.
속편은 단지 ‘엽기’라는 콘셉트만 표방해 전작의 후광을 보려 했던 것은 아닐까.
전작의 전지현은 단순히 엽기적인 행동을 취해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다. 파격적인 행동과 당찬 모습 등 당시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매력을 담아내서 큰 조명을 받았던 것인데, 빅토리아는 그 어떤 새로운 여성상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빅토리아는 오로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급조된 캐스팅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차태현과 배성우의
‘엽기적인 그녀2’는 2001년 개봉해 488만명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으로 첫사랑 그녀와 견우의 결혼 이야기가 담겼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 중.[ⓒ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