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드라마 ‘무신조자룡’에 출연한 고나은입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유비의 아내이자 손권의 동생 손부인인데, 강인한 여성이죠.”
유창한 중국어로 자기소개 뿐 아니라, 출연한 드라마 소개와 역할, 촬영장 분위기 등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한다. 또박또박한 발음 뿐 아니라,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전해, 그간 중국어와 중국문화에 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아 부었는지 가늠케 했다.
고나은은 중국에서 드라마 ‘무신조자룡’을 통해 중국 팬들을 만났다. 파파야 멤버로, 신나고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더니, 드라마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자체발광 그녀’ ‘결혼의 신’ ‘정도전’ 등에서 안정된 연기력으로 ‘배우’라는 입지를 다졌다.
↑ 사진=정일구 기자 |
그런 그가 중국 드라마 ‘무신조자룡’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후난위성TV를 통해 방송된 ‘무신조자룡’은 1회부터 1.73%의 높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위성 채널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때문에 극에 출연한 고나은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고나은을 알아본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그는 도전할 줄 알았고, 중국에서 ‘무엇을 좋아할지’보다, ‘자신이 다가가는 법’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파파야 출신으로 요정 같은 모습을 보이던 고나은은 어느새 ‘배우’가 됐고, 이제 한류배우로 발돋움 하고 있다.
“중국어 공부요? 쉽지 않았죠. 권설음(중국어 발음 중 zh,ch,sh, r)은, 해도해도 선생님이 다르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디가 틀린지 모르겠더라고요. 예전에는 구분을 못했는데 지금을 알겠더라고요.”
고나은은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중국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촬영을 한다거나, 스태프들과의 소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다는 알고 있다. 현장에는 늘 전문 통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나은은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의사’를 전하고 싶었다.
“예전에 1년 반 정도 중국 영화를 찍은 적 있어요. 한국에서 정식으로 배우로 전향하기 전이죠. 티벳에서 2달 넘게 촬영도 했는데 나이도 어릴 때였고, 환경도 힘들고,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서 ‘이게 중국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다시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사진=정일구 기자 |
이미 중국 작품에 출연한 바 있는 고나은은 당시 느꼈던 힘들었던 점을 곰곰이 떠올렸다. 막상 생각해보니 ‘언어’라는 장벽을 넘어서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바꾸느니, 자신이 그 환경에 맞추겠다는 뚝심있는 결정이었다.
“10년이 지나서 기회가 온 거였어요. 불편한 것이 ‘언어’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부딪혀 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했죠. 언어를 배우면 상대방 대하기도 편하잖아요, 통역이 있으면 한 번 거치게 돼서 답답함이 느껴졌거든요.”
통역을 거치면 당연히 본인의 의사가 100% 전달되기 어렵다. 정서도 다른 데다, 의견도 같을 수 없을 수 없고, 작품에 대한 섬세한 감정은 직접 전하지 않으면 곡해될 수도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 열리는 기자회견 현장이나, 프로모션에서도 동문서답이 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이 여실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또 그것을 전하는 과정에서 오보가 나기도 한다. 고나은은 ‘이 지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감독과 상의 하고 싶어서 통역에게 말을 엄청나게 했는데, 전하는 말은 굉장히 단순하더라고요. 순간 ‘아니다’ 싶었어요. 그런 것을 보완하고 싶었어요.”
고나은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파파야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한 이후, 다작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면, 조금은 편안하게 걸어갈 법도 하다. 드라마와 영화로 시청자와 관객들을 만나면서 꾸준히 얼굴을 내밀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나은은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지점이 있을지 몰라도 전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스킬이 있어야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에요. 뭔가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죠.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것이나 흥미가 생기는 분야는 더 그래요. 습득력도 좋고요.”
고나은은 중국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 이제는 중국 사람들과 통역 없이도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중국 스태프들이 반기는 것은 당연지사.
“기초부터 시작한 게 아니에요. 책의 문장부터 외우기 시작했어요. 발음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무슨 발음인지 모르겠더라고요. 1년 반 정도 했는데 정작 공부한 시간이 길지 않죠. 막 말을 하려고 하다가도 말도 잘 안 나오고 그럴 때도 있어요. 꾸준히 공부하면서 실력을 유지하려고 해요.”
고나은은 꾸준히 공부를 하다가, 더 깊숙이 중국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어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국 문화에도 마음이 열린 것.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향하는 밑거름이 됐다.
“일반적으로 어려운 말이 아니면 회화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어고, 긴장도 되니까 알고 있고 할 수 있는데도 울렁증이 생기더라고요. 작년에 어학연수를 북경으로 약 7주 간 다녀왔어요. 무작정 어학원을 알아봐서 갔는데 확실히 현지에서 하니까 언어를 어떻게 구사할지 보이더라고요.”
여배우가, 그것도 아이돌 출신인 이가, 소속사나 지인의 도움을 받아 편히 해결 할 수 있는 이들을 직접 해냈다니, 고나은이 사랑받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내보이는 지점이었다.
“기숙사에서 살았어요. 사진을 봤는데 괜찮았는데, 직접 가보니 힘들더라고요(웃음). 일층은 책상이고 이층은 침대인 곳이었어요, 철제였는데, 너무 딱딱해서 잠을 자기도 쉽지 않았어요. 푹신푹신하게 안에 넣어야 했어요.”
“누군가의 도움은 충분히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전 제가 해야 직성이 풀려요.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궁지로 몰아넣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니, 언어도 그만큼 늘더라고요.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까지’라는 슬럼프도 있었지만 지금은 천천히 가려고 해요.”
특히 고나은은 중국에서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서, 함께 해야지 외국인과 촬영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것. 물론 외국인이기 때문에 문화가 달라, 배려하고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크지만, 중국에 대해 ‘이해’하려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밑바탕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닫혀 있는 마음으로 보면 중국 활동은 못할 것 같아요. 그 나라 언어도 마찬가지에요.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하잖아요. 말도 안 통하고 시스템도 이해 못하면 안하는 게 낫다고 봐요. 현지에 가면 현지인처럼 해야죠. 유창하게 아니라도 기본적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작품 예의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고나은의 행보는 창창하다. 극 중 배역을 통한 인기가 아닌, 고나은 자체로서 빛을 발했기 때문. 고나은은 이미 연기력이며, 언어며, 마음가짐 모두가 준비된 ‘한류스타’가 아닌 ‘한류배우’였다.
“중국음식이요? 전 다 잘 먹어요. 다음에 카오로우(烤肉)함께 하실래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