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우먼 허안나가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에 도전, 지금은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다.
허안나는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불량엄마’ 등의 코너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던 개그우먼이다. 그랬던 허안나가 지난 4월부터 tvN ‘코빅’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직 승점은 없지만 허안나는 밝게 웃으며 “지금의 팀이 정말 좋아서 행복감 100%”라고 말했다.
그런 허안나에 ‘개콘’에서 ‘코빅’으로 옮긴 이유와 소감,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물었다. 허안나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행복’과 ‘변신’이었다.
Q. ‘개콘’에서 ‘코빅’으로 왔다. 기분이 어떤가.
A. 똑같다. 다를 줄 알았는데.(웃음) 제가 ‘코빅’에 온 게 화제가 됐나. 저는 몰랐다. 사실 제 이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지 않는다. 제 모습을 보는 게 힘들고, 아직 창피하고 부끄럽다. 댓글도 안 보게 되고. 반응 같은 걸 보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서 그렇다. 원래 성격이 일희일비하지 않는 스타일이고. ‘코빅’에 와서 아직 승점도 없고 순위도, 음.(웃음) 그래도 전 행복하다.
Q. 이번에 꾸린 ‘로 to the 봇’이란 코너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 후 나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개콘’ 출신인 이상구와 손잡고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김영희와도 함께 ‘코빅’에 왔는데.
A. 사실 코너의 원래 이름은 ‘알파고’였다. 하지만 알파고는 형체가 없는데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형체로 등장하니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알파고’보다는 ‘로봇’으로 하면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로봇’이란 타이틀로 코너를 짜고 있는데 SBS ‘웃찾사’에서 ‘알파코’라는 코너가 나오더라. 그걸 보며 우리끼리는 “이야, 잘 바꿨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웃음)
↑ 사진=코미디빅리그 방송 캡처 |
(이)상구 오빠와 하게 된 건 선배가 먼저 제게 코너를 같이 하자고 말해줘서 그랬다. 제가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혼자 왔으면 적응하기 힘들었을 텐데 같은 시기에 상구 오빠와 (김)영희 언니가 함께 왔다. 그래서 적응하기 더 편했던 것 같다. 상구오빠와 함께 하는 건 정말 좋다. 오빠가 팀에 돈을 잘 쓴다.(웃음) 정말 정도 많고, 자신은 밥을 먹었어도 누가 밥 안 먹었다고 하면 같이 가서 밥을 사주는, 그런 착한 선배다. 그래서 정말 좋고 힘이 많이 된다.
그리고 몇몇 분은 같은 시기에 와서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웃음) 좋으면 좋았지. 그리고 (김)영희 언니와도 코너를 하고 싶어서 ‘개콘’ 시절부터 코너를 짜서 검사를 엄청 받았었다. 그런데 다 통과 안 되고 딱 하나 ‘불량엄마’만 됐다. 같이 하면 안 사나? 왜 통과가 안 되지.(웃음) 하지만 꼭 같이 코너를 해보고 싶은 언니다.
Q. ‘개콘’과 달리 ‘코빅’은 순위제가 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제도인데 어떤가. 승점이 아직 없어서 초조할 것 같은데.
A. 승점이 우리만 없다. 그런데 제가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라 우리만 승점이 없는지도 몰랐다.(웃음) 그래도 행복하다. 승부욕이 있어야 할 텐데 전 그냥 지금이 행복해서.(웃음) 단지 순위 제도가 있으니까 반성은 좀 하게 된다. ‘개콘’에 있을 때에는 승부 등수에 상관 없이 ‘아, 나 오늘 많이 웃겼어’ 이런 식이었는데, 이제 아예 승점으로 나뉘니 ‘내가 재미없는 개그우먼인가 싶기도 하고’란 생각이 든다. 자기반성도 좀 하게 되고 ‘오만했나’란 생각도 든다.
승점이 없는 거에 대해 초조함 같은 건 별로 없다. 작가님까지 정말 좋아서 우리끼리 ‘하하호호’하면서 정말 행복하게 하고 있다. 코너가 잘 되면 물론 좋겠지만.(웃음) 아직 한 쿼터가 남았고, 하면서 부족한 점을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Q. ‘개콘’에서 ‘코빅’에 온 결정적인 계기는 뭔가.
A. 박나래, 장도연과 친해서 “오면 좋다”고 많이 말은 했지만 ‘코빅’은 잘하는 분들만 있어서 걱정은 됐다. 그래도 부담감은 전혀 없다. ‘개콘’엔 제가 오래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하면 다른 개그, 색다른 개그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외에도 ‘코빅’으로 온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저 같이 있었던 사람이 나가야 후배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한 점이다. ‘불량엄마’라는 코너를 함께 했던 이현정이란 후배가 있는데 정말 잘하고 웃긴다. 문득 이런 친구들이 나 때문에 웃긴 역할을 못 하고, 그걸 내가 뺏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더라.
아, 한 가지 더 있다. 제가 ‘개콘’에서는 망가지고 싶을 대로 망가지지를 못 했다. 물론 시청자 분들은 ‘허안나 충분히 망가졌는데’ 싶기도 하셨겠지만.(웃음) 아무래도 ‘코빅’은 케이블 채널이고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더 망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고. 그래서 행복지수는 높아지는 것 같다.
Q. 한 방을 보여줄 때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A. 한 방? 보여주면 좋지.(웃음) 좋은데, 사실 지금도 행복하다. 팀 사람들도 다 좋고. 회의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수요일부터 해 아이템 회의를 하는데, 우리끼리는 ‘우린 화요일 빼고 매일이 수요일이다’할 정도로 회의를 많이 한다.
제 개인적으로도 뒤돌아보면 웃겼던 캐릭터들이 만들어진 건 ‘어쩌다’ 나온 게 많았다. ‘내가 한 방을 보여줘야 겠다’ 이런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었다. 그런 걸 떠올리다 보면 언젠가 연륜이 쌓이고 내공이 쌓이면 그렇게 ‘한 방’이 될 수 있는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내게 오지 않을까 싶다.
↑ 사진제공=티캐스트 |
지금까지는 감 잡는다 생각하고 하고 있다. 프로그램 마다 웃음 코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저런 것들을 보고 배우면서 조금씩 쌓아가려 한다. 새 코너? 새 코너는 다음 쿼터 때나 나올 수 있지 않을까.(웃음)
Q. 개그맨들만 등장하는 코너들은 있어도 개그우먼들만 등장하는 코너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개그우먼들끼리 하는 코너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A. 여자들끼리 하는 코너를 하면 저희도 정말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감대도 많을 것 같고. 그리고 여자들끼리 코너를 짜면 ‘여고’ 느낌으로 복닥복닥 재밌게 하게 된다. 그래서 여자들끼리 무대에 오르는 코너를 계속 도전했다. 하지만 통과도 잘 안 되고, 뭔가 부족한 게 생긴다.
그게 남자들은 디테일을 잘 짜고, 여자들은 큰 그림을 잘 보는 경향이 있는데,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보니 한쪽만 뭉치면 부족함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분장실의 강 선생님’은 정말 최고였다. 개그우먼들만 나와서 무대 하는데 재밌지, 화제성도 크지. 전 정말 그게 ‘큰 코너’라고 생각한다. 저도 언젠가는 그런 코너를 해보고 싶다.
Q. 다른 코미디언들을 보면 대표 캐릭터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지 않나. 그리고 개그우먼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 사진=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
A. 제가 ‘개콘’을 거의 쉰 적이 없는데 깔아주는 역할부터 나서는 역할까지 정말 다양한 걸 했다. 그래서 캐릭터가 흐지부지된 게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저는 ‘했던 거 아냐?’란 말이 제일 듣기 싫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다. 그리고 초반에 술 취한 역할, 섹시 역할 같이 센 걸 많이 하니까 ‘총알’이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할 게 없어지더라.(웃음)
그리고 특유의 캐릭터가 자리 잡으면 좋은 것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관객에 ‘수’를 읽힌다. 저는 그래서 하나의 캐릭터로 굳혀지는 게 부럽지 않다. 그래서 지금처럼 계속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 개그우먼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봤던 댓글 중 가장 생각나는 게 ‘허안나 나오는 건 재밌더라’라는 거였다. 비록 ‘이슈메이커’는 안 되지만, 그리고 유행어는 없지만 ‘허안나 나오면 재밌더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1984년 11월 15일생으로, KBS 24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했다. 2014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여자 우수상, 2010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여자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데뷔 후 줄곧 KBS2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다 지난 4월 tvN ‘코미디빅리그’로 옮겨 새 코너 ‘로 to the 봇’을 진행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