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은 신작 '아가씨'를 쉽게 풀었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이야기의 구조를 3부로 나눠 하나하나 해체해 간다. 전작들과 비교해 안정적이고 명쾌한 결말이다.
물론 혹자는 박찬욱 본인의 말대로 "이게 뭐야?" 할 정도다. 일단 너무나 친절하다. 박 감독의 색깔이 담겨있는 듯한데 그렇게 짙게 배어나지는 않는다.
'노출 수위 협의 없음'이라며 오디션을 한 것치고는 수위도 높지 않아 이상하게도 밋밋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박 감독이 전작들에서 풀어놓은 영상 탓 혹은 덕이다.
하녀와 아가씨가 나신을 드러내고 관계하는 것보다 감정을 쌓아가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하녀가 아가씨의 뾰족 튀어나온 치아 하나를 갈아주는 장면이 더 숨을 멎게 한다.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렇게 쌓인 두 여성의 감정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아가씨'는 3가지 시선으로 이야기를 푸는 게 독특하다. 과감하게 신인 김태리의 이야기를 초점으로 문을 연다. 원작과 같은 설정이기도 하거니와 중요한 인물이니 당연하겠지만, 또 달리 보면 대단한 모험이다. 다행히 김태리는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잘해냈다.
신인배우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교활한 듯하나 순진함을 내포하고 있다. 처음 보는 외모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매혹적이다. 김민희는 그 반대로 순진한 듯 차가움 속 교활이라는 단어를 숨기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감성도 소유하는 등 다양한 감정의 매력을 섬세하게 드러냈다.
하녀 김태리의 이야기로 시작한 영화는 김민희의 시선으로 반전을 끌어내더니, 3번째 백작 하정우의 이야기와 두 여자를 섞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또 하나 만들어내며 끝이 난다. 3부작은 매끄럽게 연결되며 관객의 갈증을 해갈한다.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캐릭터들이 달리 느껴지기에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하정우가 희대의 나쁜 놈으로 변신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물론 한편으로는 불쌍하다. 웃음을 주는 인물이기도 한 그의 깜짝 뒤태 나신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진웅 역시 '시그널'의 재한 선배 이미지를 벗고 독특한 취미를 가진 후견인 노인을 잘 구현했다.
감독의 연출 덕이겠지만 3개의 에피소드는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관객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동양과 서양이
박 감독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에서 쳐낼 부분을 과감히 쳐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경성 시대로 설정한 점도 한국인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다만 하녀와 아가씨의 감정신이 원작보다 치밀한 것 같진 않아 아쉽다. 144분. 청소년관람불가.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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