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드라마, 방송, 예능 등 TV 프로그램과 시청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한 관계다. 시청률은 곧 방송사의 광고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 시청률 부진으로 인해 폐지되거나 조기 종영되는 예능과 드라마가 부지기수로 생겨나는 이유다.
그런 가운데 이른바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불리는 1~2%대를 오가면서도 무소불위(無所不爲/권세를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이나 그런 경우)의 권력을 가진 몇몇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SBS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 KBS 2TV ‘뮤직뱅크’ 등 지상파 3사의 대표적인 가요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시청률 부진과 더불어 순위제에 대한 공정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또 다시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뮤직뱅크’에서 AOA와 트와이스의 1위가 뒤바뀐 사태가 벌어진 것. 이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는 “특정 가수를 밀어주려는 제작진의 꼼수”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처럼 가요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 공신력 상실 등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가요계의 ‘권력자’로 군림하게 한 것일까.
의미를 잃은 가요 프로그램
가요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수입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다. 시청률이 낮더라도 꾸준한 수입이 보장된다. 해외에서 K-POP 가수들의 위신이 높아진 만큼 방송국에게 있어 가요 프로그램은 해외 공연, 콘텐츠 판매 등에 필수적인 효자 종목이 됐다. 가수들의 무대를 소개한다는 본래 목적보다도 수입을 위해 방송한다는 시선이 다분한 이유다.
또 특정 기획사의 A급 스타 출연을 대가로 해당 기획사의 신인 가수를 출연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인들의 섭외권을 쥐고 흔드는 방송국의 ‘갑질’은 이미 방송가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가요 프로그램은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고, 가수들의 출연료 역시 1인당 10만~30만원 선으로 알려진 바. 방송국은 해외 판권으로 인해 수입은 수입대로, 또 섭외권까지 일석이조로 챙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도구를 가진 셈이다. 고로 그들에게 시청률은 사실상 큰 의미가 아니다.
그래도 존재해야 하는 가요 프로그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요 프로그램들이 존재해야하는 이유는 가수들의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현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인 가수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중소기획사의 가수 혹은 대형기획사의 신인은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 지상파 출연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한다. 방송 관계자와의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팬들에게 자신들을 각인시키는 가장 기본이 되는 홍보 창구이기 때문이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그 시간대의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다. 본방송이 아닌 재방송과 해외 송출 시스템까지 생각해야한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런 무대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아이돌 중심으로만 꾸려진 출연 명단도 꼬집었다. “방송국의 다양성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며 “시청층과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 되어야하지 않겠나. 10대에 쏠린 시청층을 넓게 늘리고 매번 나오는 가수들이 아닌 장르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르별로 지분을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5월 26일 ‘엠카운트다운’, 5월 26일 ‘뮤직뱅크’ 5월 29일 ‘인기가요’에는 샤이니 종현, 인피니트 남우현, 오마이걸, 세븐틴, 트와이스 등 10대 팬층이 두터운 아이돌들이 지속적으로 출연했다. 이로 인해 TV 시청을 많이 하는 중장년층들이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곧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다양성 존중이 필요한 가요 프로그램
반면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는 변화하기 힘들 것이라 내다봤다. 관계자는 “음악을 중심으로 가창력 그 자체만을 보고 판단하는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같은 프로그램과 ‘보여주는 음악’ 위주의 일반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출발(기획 의도) 자체가 다른 것”이
이어 “마니아적인 음악을 듣는 사람, 또 일반적인 아이돌 음악을 듣는 사람 등을 모두 존중해야한다”면서 “쏠림 현장이 없도록 방송 프로그램들이 구조적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시청자가 음악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게 그에 맞는 음악 관련 방송들이 오히려 더 생겨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