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은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에게 돌아갔다. 저예산 영화는 거대 상업 영화 '암살' '베테랑' '내부자들'을 제치고 최고상을 받았다.
시쳇말로 취향에 맞는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기에 개인적으로 영화 '동주'를 최고라고 할 순 없다. 솔직히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었다.
하지만 '동주'는 과거를 통해 현시대를 위로했다. 참혹한 일제 강점기를 살던, 알고 있는 듯했지만 제대로는 알지 못한 윤동주 시인을 조명해 관심을 받기도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기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 못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이 특히 가슴을 아프게 했다. 흑백 비상업영화 '동주'가 100만 관객을 넘은 건, 기적 같은 흥행이기도 하다.
평범하게만 살고 싶은 이 시대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고, 2인1조 근무 시스템이 있음에도 홀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청년 노동자는 아픔이고 안타까움 그 자체다. 수리공 가방 안에 들어있던 컵라면은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아무리 힘들다고 소리쳐도 나라를 독립시키려고 위해 몸 바쳤던 이들과 비교 대상이 되겠느냐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고통의 측면은 많다.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에게 "열심히만 해보라.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고 꾸짖는다.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누구나 품고 있다. 하지만 실패가 계속되고 뒤통수를 치고 달아난 이가 많다면 어느새 믿음은 불신으로 바뀌어 버린다. 편법과 불법이 자행되는 세상을 참고만 살기에는 억울하다.
이런 이들이 한둘이라면 그건 우리 잘못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그렇다면 시스템의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뉴스에 등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보면 시스템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준익 감독은 백상에서 대상을 받고 "이 영화가 가진 의미는 송몽규와 같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대에 살았던 아름다운 청년들처럼 지금 이 시대의 송몽규들에게 많은 위로와 응원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왕의 남자'로 대박 흥행을 터트렸으나 이후 줄줄이 내리막을 걷던 이준익 감독. 사극의 명장은 이후 사극들이 참패해 '은퇴'까지 해야 했다. 이후 다시 사극 '사도'를 성공시켰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난 학교 다닐 때 공부도 못 했다. 빈자의 자식이기도 했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으로 영화계에서 연결할 수 있
승승장구만 했던 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와 닿지 않았을 텐데, 가슴이 뭉클해진다. 힘든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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