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곽희성은 여전히 꿈에 잠긴 듯 했다. 그가 활약한 MBC 일일드라마 ‘최고의 연인’ 이야기를 할 때 마다 “꿈을 꾼 기분”이라고 말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연기를 해서 기분이 좋았다는 곽희성의 미소가 참 밝았다.
최근 종영한 일일드라마 ‘최고의 연인’에서 곽희성은 드림패션 백만석 회장(정한헌 분)에 입양된 아들이자 늘 딱딱한 틀 속에서만 살았지만 한아름(강민경 분)을 만나면서 순정남으로 거듭나는 인물이다.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촬영을 했지만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 제작진을 만나면서 그는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래몽래인 |
“강민경, 강태오는 저와 또래여서 사적으로도 만나는 ‘친한 친구’가 됐다. 1주일에 6일을 촬영하는 일정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회식을 했다. 변정수 선배님이 워낙 에너지가 넘치셔서 중심이 됐고, 하희라 선배님은 집에 초대도 해주셨다. 그 날은 후에 최수종 선배님도 합류해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일일드라마가 ‘가족 같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선배님들이 있을 수 있나 싶다.”
곽희성은 ‘최고의 사랑’을 하면서 전보다 더 높아진 인지도를 체감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길거리를 걸어가면 어른들이 많이 알아봐주시고, 식당에 가도 서비스도 주시고, 셀카 찍어달라고도 한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야말로 ‘최고의 연인 효과’가 그만이었다고. 오랜 시간 꿈을 꾸고 일어난 것처럼 하나 하나가 눈에 아른거린다는 곽희성은 촬영하는 중간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백강호라는 캐릭터가 한아름을 만나 모든 걸 버릴 정도로 사랑을 하는데 이 과정이 약간 부족해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그 부분이 보충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강호가 양자로 크면서 받은 자격지심, 상처들을 좀 더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 부분도 약간은 아쉽다. 제일 어려웠던 부분? 아름이의 복수를 위해 백강호가 ‘내 모든 걸 이용해’라고 말하는데, 그런 사랑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더라. 어쩌면 제가 아직 못 느껴본 감정일 수도 있겠고.(웃음)”
↑ 사진제공=래몽래인 |
무엇보다 곽희성이 어렵게 생각했던 장면은 ‘레드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극중 백강호는 빨간색에 트라우마가 있어 한아름이 백강호에 실수로 레드 와인을 쏟을 때 발작을 하기도 한다. 그는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한 신이였는데 역시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레드 트라우마’가 자신의 발전을 보여준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15회 때 처음으로 백강호의 레드 트라우마가 나온다. 본능이 먼저 반응해서 몸을 떠는 그런 장면이다. 시간이 흘러 80회 즈음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 찍을 때에는 제가 훨씬 더 몰입했고, 보시는 분들도 ‘더 나아졌다’고 말해주시더라.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요만큼’이라도 나아진 제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졌다.”
곽희성은 처음부터 백강호라는 캐릭터를 보고 ‘느낌이 온다’고 느꼈단다. 비슷한 점은 별로 없지만 겉으론 멋있는데 내면엔 상처가 있고 여린 백강호라는 역에 매력을 느꼈다고. 그러면서 곽희성은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남자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지 않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말이 많지 않고 진지한 면모를 잘 이용하면 백강호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겨 처음부터 최영광(강태오 분)보다는 백강호가 끌렸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래몽래인 |
“물론 중간에 최영광에서 백강호로 비중이 넘어가는 과정이 있어 시청자들은 ‘갸우뚱’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 부분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저와 강태오가 계속 팽팽한 긴장감을 끌고 가야 했는데, 처음에 작가 선생님께서 했던 말이 ‘더 잘하는 사람과 아름이를 연결해줄 것’이라는 거였다. 약간 경쟁심리가 붙었다. 물론 장난인 말이지만 오히려 호흡이 좋아지고 서로 긴장감도 생기고 그래서 우리에겐 좋았다.”
더불어 곽희성은 극중 아버지인 백만석(정한헌 분)을 용서하는 강백호의 행동이 이해가 갔느냐는 질문에 “저는 오히려 완벽히 이해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 또한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용서하고 감싸 안는 장면을 시청자에 이해시키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했을 터. 곽희성은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해를 하다 보니 어느 새 그 장면을 찍을 때 왈칵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제겐 정말 중요한 신이었고,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난다. ‘낳아주신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키워주신 아버지도 아버지니까요’라는 대사를 하는데 눈물이 났다. 백강호가 원한 건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 마디였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에 결국 용서를 택한 거였다. 초반에는 백강호가 감정선이 거의 없었는데 후반에는 폭풍우 치듯 감정선이 몰아쳤는데 뒷심을 잃지 않고 잘 마무리를 해서 기쁘고 뿌듯하다.”
때로는 철없는 역할도, 때로는 수다스러운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던 곽희성은 이번엔 그가 꿈꾸던 ‘겉은 멋있고, 마음 한켠에 아픔이 있는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남주인공’을 연기하게 됐다. 가만 보면 스펙트럼이 참 넓은 배우다. 그런 곽희성이 다음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곽희성이란 배우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