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대박’이 종영했다. 어딘지 아쉬웠던 이 드라마, 무의미했을까. 대답은 ‘100% 아니요’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은 잊혀진 왕자 대길(장근석 분)과 그의 아우 영조(여진구 분)가 조선의 반란을 꿈꾸는 이인좌(전광렬 분)로부터 옥좌와 나라를 지켜내는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사극으로,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 운명과 도박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나름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청률 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대박’ 첫회 시청률은 11.8%(이하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점점 하향세를 보였다. 19회는 최저 시청률인 7.7%까지 떨어졌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몬스터’와 엎치락뒤치락 했고 KBS2 ‘동네 변호사 조들호’에는 항상 뒤쳐져 있었다. 기대에 비해서 결과물은 다소 부족했던 셈이다.
하지만 ‘대박’에 무조건 쓴 소리를 뱉기에는 아쉽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뿐, 추억 한 편으로 치워둬서는 안 된다. 이 드라마는 분명 몇몇 배우들이 빛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역대급 숙종, ‘대박’에서 태어났다
↑ 사진=SBS |
‘대박’의 초반을 이끈 것은 단연 최민수다. 한 차례 폭행 논란에 휘말렸던 이후의 복귀작인만큼 최민수는 칼을 갈고 ‘대박’에 임한 듯 했다. 야욕과 비정의 임금 숙종을 맡은 그는 지금껏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숙종을 선보였다.
극중 숙종은 사람의 심중을 꿰뚫어보는 인물로 적에게는 냉정하고 냉혹, 거기에 변덕스러움까지 가지고 있다. 최민수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2배로 발휘하며 시청자들을 압도시켰다. 그는 숙종이 아편에 취해있다는 나름의 콘셉트까지 추가했다. 연기 호흡을 맞췄던 여진구는 “소름이 끼쳤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역대급’ 숙종이 ‘대박’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장근석-여진구, ‘대박’으로 연기인생 2막 열었다
↑ 사진=MBN스타 DB |
최민수가 ‘대박’의 초반을 견인했다면 장근석-여진구는 중반부터 후반부까지 극의 힘이 떨어지지 않게 만든 1등 공신이다. 장근석은 천민이었던 개똥이부터 별무사 백대길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백대길의 삶으로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온갖 매질을 당하는 것은 기본, 갯벌에 파묻혀 살아있는 게를 씹어 먹고 똥통에 빠지거나 독사까지 씹어 먹는 투혼을 발휘했다. ‘아시아의 프린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서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여진구는 ‘대박’을 통해 두 번의 변신을 했다. 첫 출연 당시 ‘성인연기자’로서 발돋움, 굵직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후반부 숙종과 형의 죽음으로 인해 비범한 인물이 되며 두 번째 변신을 했다. 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대박’에서 두 번이나 성장하며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숨어있던 보석들, 이제는 빛날 시간
앞서 말했던 이들은 모두 ‘대박’이라는 작품에서 굵직한 배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작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이들이 있다. 바로 안길강, 김가은, 현우, 윤지혜다.
안길강은 등장부터 비범했다. 조선제일검 김체건 역을 맡은 그는 대길이 왕좌를 넘볼 수 있게 만든 인물이다. 그는 카리스마와 코믹함을 오가며 ‘대박’을 잘 만들어진 무협지처럼 꾸며줬다.
윤지혜는 설주 홍매 역을 맡아 여느 남성들보다 걸걸한 카리스마는 물론, 사투리와 거침없는 표현이 어우러진 독특한 말투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백대길이 아버지를 잃었을 때, 이인좌가 위기에 빠질 때도 그가 함께했다. 조용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셈이다.
이외에도 타고난 미모와 손기술을 타고나 백대길 곁을 지켜주며 열연을 펼친 김가은, 연잉군을 변하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경종 현우, 숨 막히는 투전 신의 1등 공신 김성오 등이 ‘대박’을 더욱 빛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