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에게 신앙은 생 전체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육상 영웅 에릭 리델(이안 찰슨)처럼 말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자신을 믿는다. 이기기 위해 달린다. 캠브리지 신입생 해럴드 에이브라함(벤 크로스)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 신념이 강하다.
두 사람은 달리고, 또 달린다. 어떤 스타일이 옳은지 답은 없다. 그저 각자의 신념으로 끝까지 달릴 뿐이다.
유대인의 편견과 한계를 극복하려 한 해럴드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일에는 달리기하지 않겠다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에릭.
영화 '불의 전차'는 두 주인공을 비교하며 신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에릭은 달리기 자체를 즐긴다. 그의 일그러진 표정은 고통에 의한 것이 아니다. 희열과 전율이 느껴진다. 그는 헤럴드와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머쥔다. 신의 영역에 속한 인간 같이 느껴진다.
반면 인간의 원초적 모습을 보이는 해럴드는 고통스럽다. 패배에 몸부림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노력에 노력을 가한다.
결국 두 사람은 1924년 제8회 파리 올림픽 영국 대표로 선출된다. 영화는 두 사람의 또 다른 대결을 그리진 않는다. 자신들의 신념을 가장 잘 지키는 선에서 끝이 난다.
성공과 승리의 방법이 어떤지를 명확하게 그리진 않았으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연출과 전개 방식이 좋다.
각종 스포츠 경기의 테마송으로 회자되는 명곡인 반젤리스의 'Chariots of Fire' OST는 울림을 더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불의 전차'는 제5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작품·각본·의상·음악)에서, 제34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2개 부문(남우조연·심사위원특별언급상)에서 상을 따낸 바 있다.
1981년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개봉한다. 123분. 12세 이상 관람가.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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