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겸 성우 장광은 성우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후배들을 위해 늘 앞장서는 그가 남긴 당부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잘 버텨내라”는 것이었다.
장광은 1978년 KBS 15기 공채 성우로 방송계에 발을 디뎠다. 2004년 KBS 라디오 연기대상 외화부분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영화 ‘X파일’ ‘쥬라기공원’ ‘영웅본색2’ ‘슈렉’ 등 목소리만 들으면 감탄사가 나올 만큼 유명한 작품들에 출연을 했다. 영화 ‘도가니’에서 교장선생님으로 섬뜩한 연기를 펼친 뒤에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MBN스타 DB |
바쁜 와중에도 EBS ‘아버지의 귀환’ 등의 녹음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는 장광은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인터뷰를 할 때에도 꼭 후배 성우들을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는 장광에 ‘성우’로서의 인터뷰를 청했다. 그는 “성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다는 소식에 찾아왔다”며 바쁜 시간을 쪼개 기자를 만났다.
장광은 “현재 성우들을 위한 시스템이 잘못된 것들이 많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은 전속계약이 2년 밖에 안 된다. 하지만 그건 정말 짧은 기간이다. 어느 정도의 기간을 거쳐야 선배들하고의 경쟁이 되는데 지금은 법적인 규율에 막혀 이들의 ‘자유경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2년 전속 생활을 거친 신참 성우들이 프리랜서가 되어서도 투니버스, 대교방송 등 애니메이션이 많은 방송사에서 일거리를 받기 힘들어졌다는 거다.
그는 “우리 땐 6년이란 전속 생활을 했다. 충분한 트레이닝을 받았던 거다”라고 회상했다. 장광은 “그렇다고 우리가 평생 한 방송사에 머물겠다고 하는 거겠나. 성우들의 꿈은 ‘프리 성우’니까 말이다. 우리가 말하는 건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갖춰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라도 보장해달라는 거다. 후배들은 트레이닝도 안 된 상태에서 ‘적지’에 나가는 건데, 생존율이 20~3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사진=MBN스타 DB |
짧은 전속 계약에, 점점 적어지는 더빙 자리까지 ‘힘든’ 현실을 마주한 성우들은 결국 투잡, 쓰리잡까지 감행한다고. 장광은 “본업이 성우인 친구들이 다른 일로 내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며 “지금 성우들은 힘을 낼 수 있는 힘조차 없을 거다. 옛날엔 성우의 목소리가 컸고, 어느 정도의 의견을 관철할 만한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낼 힘조차 점점 적어지고 있다. 관심조차 사라지고”라며 현 세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외화 ‘주토피아’의 성우 GV가 금세 매진이 될 만큼 특정 작품의 성우 팬층이 늘어난 현상에 장광은 반가움을 드러냈지만, 지금의 비관적인 추세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장광은 “지금 두드러지게 활동하고 있는 성우들의 나이는 40대 이상이다. 트레이닝이 안 된 성우들이 배출되는 지금의 현상들이 계속되면 그 ‘활동층’이 더 아래의 연령으로 내려올 수가 없다. 결국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광은 70년대부터 성우 생활을 했던,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렇기에 지금의 현상들이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질 터. 그는 본래 배우가 되고자 했으나 ‘일단 성우를 하면서 목소리 기본기부터 쌓자’는 생각에 성우로 발을 들였지만,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성우 생활을 오래도록 했다.
장광은 “옛날엔 참 많이 바빴다. 선배들은 밥 먹을 시간도 없었고, 정말 잘 나갈 때에는 하루에 13개 프로그램을 녹음할 때도 있었다. 몇 년 전 영화출연을 하며 본격적으로 배우를 했던 이유도 성우 일이 많지 않았을 때여서 맞아떨어지기도 했지만 과거엔 성우 일 때문에 오히려 배우 제안을 고사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사진=MBN스타 DB |
물론 그 때에는 컬러 TV도 없었고, 라디오가 최고였던 시절이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는 “그 땐 외화도 있고, 더빙도 있고, 수입원이 많았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저 ‘시대가 변했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이해시키기엔 많은 것들이 ‘잘못돼’ 있었다. 그는 성우를 준비하는 준비생들이 내막을 알고 실망할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걱정했다.
장광은 후배들이 처한 금전적 상황이나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후배들에 해줄 수 있는 말은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면 길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었다. 장광은 “지금은 ‘영역’이 많이 무너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보는 걸 권한다”며 “뮤지컬이든, MC든, 배우든 도전을 하다 딱 맞아서 자리매김이 되면 자신의 자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우들 중에서도 뮤지컬배우를 하거나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능을 모든 분야에서 십분 발휘하다 보면 어떤 일이든 주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자기 ‘스펙’을 쌓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고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 분명히 좋은 길이 열릴 것이니 버티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