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밀은 없다'는 두 얼굴을 가진다.
짧은 영화 설명과 예고편을 통해 정치 스릴러를 기대하게 한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정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이들의 관심을 높이다가 교묘하게 비틀어버린다.
관객은 감독의 노림수에 한 표를 던지거나, 또는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두 부류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롭게 보거나 아니면 아쉽게 느끼는 이가 많을 것 같다는 얘기다.
국회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과 아내 연홍(손예진)의 딸 민진(신지훈)이 선거 15일을 남기고 사라진다. 남편은 딸을 찾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후보 캠프 측도 간절해 보이지 않는다. 과거 민진의 기이한 행동에 이골이 나서인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경찰들도 못 미덥다.
결국 연홍이 홀로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다. 종찬의 상대 후보 노재순(김의성)이 일을 꾸민 것 같다는 의심이 시작이다. 아니, 남편도 믿을 수 없다. 부부 사이에도 균열이 일어난다.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해도 이게 과연 말이 되는가.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와 반전이 공개되면서 연홍이 혼란스러운 듯 관객도 혼란스럽다.
사실 독특한 연출의 영화가 주는 혼란은 처음부터 시작된다. 딸을 바라보는 보통의 엄마, 아빠 같지 않은 느낌이다.
또 공개된 딸의 과거와 현재까지 모두 독특하다. 갈피를 못잡게 한다. 연홍이 원하는 목적에 다가가는 과정 역시 산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후반부에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다 깔렸다. 정치 이야기는 곁가지다. 예고편을 봤다면 미끼를 문 관객이 될 것
손예진의 전혀 다른 얼굴과 목소리를 보고 듣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특기할 만하다. 손예진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감정 변화, 광기 어린 모습 등등에 깜짝 놀란다. '미쓰 홍당무'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다. 102분. 청소년 관람불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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