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사냥’ 조진웅 “안성기 선배와 호흡, 좋은 귀감 됐다”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올해 다작 배우로 배우 조진웅을 빼놓을 수 없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조진웅은 그야말로 ‘열일’하는 배우다.

최근에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을 통해 변태 귀족으로 밉상 매력을 뽐내더니 tvN ’시그널‘에서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로 아재파탈(아저씨+옴므파탈) 매력을 제대로 발산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으로 한 번 더 여심을 저격하고 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의 목숨을 건 16시간 동안의 추격을 그린 작품으로, 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는 인물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영화는 엽사의 리더 동근과 사냥꾼 기성을 중심으로 서서히 추격전을 펼쳐간다. ‘금’이라는 목적을 두고 산에 올랐던 동근은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맞은 뒤 점점 광기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조진웅은 금맥을 차지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는 동근으로 분했다. 이번 작품으로 쌍둥이 동생 명근 역도 직접 연기하며 1인2역을 소화한 그는 산을 배경으로 뛰고 구르면서 사냥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설정이 쌍둥이여야만 했던 이유는 기성(안성기 분)이라는 캐릭터가 불사조처럼 살아나지 않나. 대립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물이 끼어들 수가 없다. 기성의 안타고니스트를 심어주기 위한 거다. 람보 같은 기성과 비슷한 위치에 선 캐릭터인 거다.”

조진웅은 1인2역 연기를 위해 외형적인 부분부터 대사톤까지 다방면으로 접근해 갔다. 캐릭터의 극명함을 주기 위한 장치는 무엇인지,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어떤 것인지 등을 연구하며 냉혹하고 지독한 인물을 서늘하게 그려냈다.

“동근은 머리를 내리고 있는 반면 명근은 올백 헤어스타일로 산 밖에서 활동한다. 글고 동근이 좀 더 무겁다고 해야 할까. 사교성이 없는 아이인 것 같았다. 명근은 사교성은 똑같이 없는데 좀 더 만사 귀찮아하고, 얻어야할 것만 뽑는 등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감독님께서 대사톤을 대비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난 그게 더 오히려 오버액션처럼 느껴지더라. 그 지점에서는 서로 조율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서브 스토리는 있을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살아온 전사가 중요한 것인가 였다. 산에서의 녹아져 나오는 본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아온 전사가 본성이 된다는 건 누구나 똑같이 적용될 것 같다. 산속에 들어가니까 해의 방향으로 인해 전혀 다른 이야기 거리가 되는 부분도 있었고, 어느 숲을 헤치고 나갔을 때 그런 공간이 가지는 묘함도 있었다.”

↑ 사진=사냥 스틸

또한 조진웅이 연기한 엽사무리의 리더 동근은 무게감 있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극 중 리더 역할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여러 조연배우들과 함께 촬영에 임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진웅이 중심이 됐고, 조진웅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현장에서 무대 감독 같은 역할을 해냈다.

“영화 소개에 정체불명의 엽사들이라고 나오는데, 고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 동호회다.(웃음)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이게 접근한 게 동근은 리더라는 거였다. 나름대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게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캐릭터를 표현하고 해결해 나가야하는 건 오로지 제 몫이였다. 현장에서는 나이대도 그렇고 중간에 서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무대감독 같은 역할을 했다. 엽사 역할의 배우들이 후배들이었기 때문에 항상 같이 모여서 우리끼리 맞춰보고 카메라 동선도 맞추고 아이디어도 내보고. 소통은 상당히 원활하게 잘 됐다.”

‘사냥’은 엽사의 리더 동근과 사냥꾼 기성을 중심으로 서서히 추격전을 펼쳐간다. ‘금’이라는 목적을 두고 산에 올랐던 동근은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맞은 뒤 점점 광기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성은 우연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엽사 무리를 발견하게 되고, 위험에 처한 양순까지 목격하면서 그를 지켜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추격을 펼치게 된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이 아닌, 인간 사냥에 나서며 긴박감을 끌어 올린다.

대부분을 산 속 촬영을 감행한 조진웅은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괴로운 작업이기도 했다. 대선배인 안성기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안성기를 구타하거나 짓밟는 등 꽤나 거친 액션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프로정신을 발휘한 안성기를 떠올리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성기 선배님과 처음 만난 건 ‘마이 뉴 파트너’였다. 이번에 ‘사냥’으로 처음 미팅을 했을 때 선배님이 ‘선생님’ 호칭 말고 ‘선배님’으로 해달라고 하셨다. 그 말을 할 때는 이유가 있는 거였다. 그래서 감히 제가 선배님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그게 맞는 거니까. 대립하는 장면 등을 촬영할 때는 대선배가 아니라 여기서 만큼은 동료라는 거다. 스스럼없이 하라고 하시더라. 가학적인 장면은 사실 괴로웠다. 쓰러진 선배를 또 밟아야하니까. 그런데 정작 선배님은 즐기시는 것 같았다. 진정한 프로 같았다. 과연 나도 저렇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귀감이 됐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이제는 대세 자리까지 꿰찬 조진웅은 지금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현장’을 꼽았다. 어떤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그 장면을 해결하면 그게 리프레쉬가 된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 생각이 좀 달라졌다. 배우의 길을 걸은 후 제대로 된 ‘진짜’ 휴가를 처음 다녀온 이후 여행으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냥 현장, 아니면 지인과 소주 한 잔 마시기, 이런 게 리프레쉬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신혼여행 이후에 처음 있었던 휴가는 정말 좋았다. 내가 그 생각을 할 정도면 정말 다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러분 여행 갑시다!(웃음)”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