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전문’ 차승원이 ‘고산자’서 애드리브 엄두도 못 낸 이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배우 차승원이 묵직한 사극 안에서 유쾌한 연기를 펼치는 데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차승원은 31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고산자’는 작품을 선택해 촬영을 마칠 때까지 시종일관 조심스러웠고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 작품 제안을 받고 고산자 김정호의 정신과 삶을 내가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기록되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라 부담스럽고 배우로서 얻을 것 보다는 잃을 게 많은, 리스크가 큰 작품이었다고.

실제로 김정호는 평민인 신분 탓에, 유명세에 비해 남겨진 역사적 기록은 거의 없다.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도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며 그에 대한 기록들을 다 합쳐봐야 A4용지 한 장 분량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영화에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대동여지도’에 담긴 김정호의 애민 정신을 뼈대로 한 남자의 굴곡진 삶을 그린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분명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고 현재 많은 역사학자들이 밝혀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인물이라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 사람 김정호를 연기하고 이해한다는 게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했다.
“‘대동여지도’의 목판본을 실제로 보면 그저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는지…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불가능 했겠다는 생각을 했죠. 분명 이런 거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면 그 일상은 그런 완벽한 면과는 전혀 다른 이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들과 다른 굴곡이 있는, 극과극 면을 지닌 인물일 거라는 상상을 토대로 연기했어요.”
그는 “묵직한 메시지, 거대한 업적을 다룬 인물이지만 그의 일상은 소박하고 유쾌하게, 조금은 엉뚱하게 담고자 해 곳곳에 유머 코드를 곁들였다”며 “사극이고 시대물이라는 틀 안에서 펼쳐야 하는 코믹 연기라 수위 조절이 정말 중요했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코믹 대사나 웃긴 장면에 애드리브가 있었냐고 묻는데…전혀 없었어요. 수위 조절에 실패할까봐 부담스러워 대본에 있는 그대로에 충실했죠. 감독님도 그러길 원하셨고요. 물론 대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투나 보이지 않는 행동엔 애드리브가 있었겠지만 기본 적으로 배우 모두가 대본에만 충실했어요.”
그렇다면 “영화 속 코믹 대사들의 수위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냐”라고 물으니, “반반” 이란다. 그는 “어떤 부분은 예상보다 좋았고 갸우뚱하게 하게 만드는 부분도 물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팀 회의를 통해 해당 장면을 넣을지 말지를 결정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촬영 내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이런 훌륭한 인물을 연기하고 혼자 오롯이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게 배우에겐 남다른 경험이잖아요?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우리가 한번쯤 되새기고 관심을 가져야할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해요. 무겁지 않게 유쾌하고 소박하게 담아내 부담도 없을 거구요. 웃으며 때론 눈물도 흘리며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하겠느냐”라고 묻자, 역시나 차배우다운 재치 넘치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아니요. 너무 힘들어요 이제는…”이라며 크게 웃었다.
한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강우석 감독)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를 그린 ‘지도꾼’ 김정호(차승원)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그는 지도에 미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지도에 몰두한다.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들과 나누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혼신을 다하지만 어느새 하나뿐인 딸 ‘순실’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한다.
오는 9월 7일 개봉한다.
사진 유용석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