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좋은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는 전제는 배우 윤균상과의 대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윤균상은 엄밀히 말해 말을 수려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윤균상은 더하거나 덜어냄 없이 진솔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줄 알았으며, 그의 말 속에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사람들과 만나 함께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윤균상이 가장 먼저 털어놓은 고민은 촬영이 끝난 후 찾아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할지였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어울리는 것을 윤균상의 성격은 촬영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됐고, 그로 인해 촬영이 끝난 후 느낀 감정은 시원함보다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없다는 서운한 감정이 앞섰던 것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지나가면 힘들더라고요. 다 같이 고생하고 일을 하다 보니 ‘으쌰으쌰’가 있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좋아지고 의지가 되는 것이 있어요. 그동안 함께 모여 부쩍부쩍 어울렸는데 이러한 사람들과 멀어지니 얼마나 외롭겠어요. 특히 ‘닥터스’의 경우 또래가 많았던 만큼 그 감정이 큰 것 같아요.”
↑ 사진=천정환 기자 |
자신의 이름을 안방극장에 제대로 알렸던 SBS 드라마 ‘피노키오’를 시작으로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 ‘육룡이 나르샤’ ‘닥터스’까지 윤균상은 참으로 부지런히 달려왔다. 특히 ‘육룡이 나르샤’가 끝나고 ‘닥터스’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두 달 남짓. ‘육룡이 나르샤’의 후속으로 방송됐던 ‘대박’이 끝나자마자 또 다시 SBS 월화드라마로 돌아온 윤균상은 비슷한 듯 또 다른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아 나갔다.
“제가 쉬는 걸 잘 못해요. 집에서 쉬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촬영 들어가면 힘드니 ‘쉬고 싶다’고 징징거리기는 하는데, 정작 쉬는 날이 오면 딱히 할 게 없더라고요. 일할 생각이 없었는데 ‘닥터스’ 대본을 읽다가 재미있다보니 하고 싶어졌고, 그러다보니 계속 일하게 됐더라고요.(웃음)”
윤균상은 ‘닥터스’가 끝난 후 다음 행보로 ‘잠깐의 휴식’을 선택했다. 때마침 우리나라의 대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 만큼, 추석연휴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고향인 전주에서 올라와 서울살이를 시작한지 10년차에 금의환향이 하게 됐다고 말하자 윤균상은 “안 그래도 달라진 친척들을 보니 제가 좀 뜨긴 한 것 같더라”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명절을 지내기 위해 집으로 내려가는 것이 3년 만인 것 같아요.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느냐고요? 그럼요. 남동생이 있는데, 형제라서 그런지 평소 무뚝뚝하고 애교도 없는 녀석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저한테 연락을 해서 ‘사인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묘한 쾌감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 결혼식이 있어서 친척들과 만났는데 뭔가 전과 다르더라고요. 제가 말하기 전에 뭔가 해주려고 하시고, 막 알아봐 주시고, 가족들에게도 뭔가 영향이 있을 만큼 불편함도 있었는데 뭐랄까요…기분 좋은 불편함이라고 할까. 뭐 어찌됐든 기분은 좋았어요.(웃음)”
2012년 드라마 ‘신의’로 데뷔해 2014년 ‘피노키오’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한 윤균상은 ‘너사시’를 통해 주연배우로서 역량까지 보여주며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피노키오’와 ‘너사시’ 때는 저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없었던 시기였어요.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 앞이 무섭기도 했죠. 그래도 제가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저를 향한 조수원 감독님의 믿음이었어요. 저의 뭘 보고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존경하는 감독님이 ‘할 수 있다’고 하시니, 어떻게 용기가 생기지 않겠어요. 겁도 없이 달려들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된 계기가 됐죠.”
‘피노키오’가 기회를 준 작품이었다면 ‘너사시’는 윤균상에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 작품이었다. 윤균상은 ‘너사시’에 대해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연기에 대해 방심하지 않고 늘 경계하도록 알려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못해 사람들에게 나쁜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만큼 자신을 성장시켜 준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작가만 4분이 바뀌셨는데, 그러는 중에 제가 맡은 차서후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바뀌게 됐고, 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연기를 하게 됐어요. 지금이라면 저만의 캐릭터라도 만들어 낼 텐데, 그 당시에는 그럴 엄두도 못 냈죠. 연기를 헤매다보니 함께 하는 이들에게 죄송했고, 그래서 자괴감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너사시’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라, 그 곳에서 ‘저 연기하고 있어요’를 보여주는 제 자신이 싫었다는 거예요. 제가 하는 연기가 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너사시’를 통해 어려움을 배웠다는 윤균상. 그에게 저조한 시청률과 논란들도 이 같은 마음고생에 일조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원체 시청률이나 상과 같은 성적에 휘둘리는 편은 아니라는 것이 윤균상의 설명이었다.
“제가 마음고생을 했던 것은 연기하는 것에 힘이 들었던 것이지 시청률에 대해서는 부담이 없었어요. 사랑 받는 건 좋은데, 시청률이라든지 상이라든지 다른 것에 욕심이 생기고 힘이 들어가면 연기가 안 되더라고요. 이런 말을 하면 친구들은 제게 이렇게 말을 해요. 내가 안 망해봐서 그렇다고.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첫 주연 작임에도 저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던 것이지, 감사하게도 ‘너사시’를 통해 얻은 것이 많거든요. 일단 여자 팬들이 많이 생겼다고 할까요.(웃음) ‘너사시’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저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알고 있어요.”
‘너사시’로 한 번 고비를 겪은 윤균상은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배역과 함께 성장함을 경험하게 됐다. 천방지축 거지 꼬맹이에서 조선 제일검이 되는 무휼을 연기하게 된 윤균상은 회를 거듭할수록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졌고, 그만큼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윤균상은 ‘육룡이 나르샤’에 대해 “내가 원하는 것을 확인했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육룡이 나르샤’의 리딩 첫 날 그때 정말 필살 각오를 했어요. ‘여기서 이 분들에게 내가 준비해서 스스로 하는 연기를 인정받지 못하면 앞으로 연기하는 것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했고, 다행히 많은 분들이 그런 제 모습을 예쁘게 봐 주시더라고요. 가장 감사했던 것은 ‘육룡이 나르샤’때까지만 해도 카메라가 두려웠는데, 감독님이 ‘무휼이 돼 마음껏 놀라’며 엄청난 자유를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천방지축 놀아버렸어요. 감사하게도 저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님들 모두 애드립이 최고셨고, 제가 너무 과하면 자제해 주시고 좋은 것은 더 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저는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죠.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자유롭게 연기하는 법을 배웠어요.”
↑ 사진=천정환 기자 |
계속된 작품을 통해 성장해 나갔던 윤균상, 그럼 ‘닥터스’를 통해 가장 크게 배웠던 것은 무엇일까.
“연기가 늘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카메라와 스태프 앞에서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이에요. 이른바 ‘연륜’이라고 하죠.(웃음) ‘닥터스’는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줬어요. 여전히 보여주는 것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기지 않고 있나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윤균상은 지난 3년간 끊임없이 달려왔다. 아무리 일하는 것이 즐겁고, 쉬는 것이 좀이 쑤신다고 한 윤균상이지만 이를 소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경험했던 좌절과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특별한 원동력이 있었냐는 말에 윤균상은 “그 시간들은 제게 있어서 공부였다. 공부를 했으니 시험을 쳐보고 싶었
“저는 상처가 회복되는 시간을 갖기 보다는, 실제로 체험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문제를 극복하는 타입이에요. 제가 머릿속으로 내린 답이 ‘맞다, 틀리다’를 판가름 해주실 수 있는 분은 대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답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부딪쳐 나갈 예정입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