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차원이동’의 대가 송재정 작가의 또 하나의 도전이 끝났다. 송 작가는 ‘W(더블유)’를 통해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큰 도전을 했고, 드라마계에 큰 ‘파동’을 일으킨 채 무사히 도전을 마무리했다.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센터에서는 MBC 드라마 ‘W’의 송재정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송재정 작가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주시는 것 자체가 어리바리하다. 2달 동안 작업실에만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칭찬을 받으니 정신이 없다”며 “제일 무서운 게 과소평가보다 과대평가인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런 송재정 작가에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결말부터 배우들의 연기, ‘차원이동’이라는 소재, 파격적인 대본 공개 등 다양한 방향의 궁금증이 장내에 가득 찼다. 송 작가는 질문 하나하나에 고민하며 가장 성의 있는 대답을 하려 애를 썼다. 가장 먼저 그는 ‘W’라는 세계를 창조한 오성무(김의성 분)의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성무는 원래 순수미술 화가로 설정을 했다. 화가 고야의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좀 더 대중적인 웹툰으로 우려냈다. 전에 ‘나인’에서도 인물을 죽였을 때 욕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라도 스스로 1년 정도 힘들어했다. 스스로도 싹을 잘라냈을 때의 고통이 있다. 오성무가 죽었을 때에도 저도 마음이 아팠다.”
그는 결말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짚고 넘어갔다. 시청자 사이에서 해피엔딩인 ‘W’의 결말에 대해 아쉬웠다는 평가와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갑론을박 중인 결말에 대해 정작 송재정 작가는 “저에게는 엔딩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말’보다 그 내러티브를 이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엔딩을 내겠다고 크게 염두에 두고 글을 쓰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엔딩은 저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엔딩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엔딩을 이렇게 내야지 생각한 건 아니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엔딩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랬기 때문에 과거에도 엔딩 때문에 욕을 먹기도 했다. 최근엔 해피인지, 새드인지가 시청자들의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걸 신경 쓰는 정도가 됐다. 그렇다고 해피엔딩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다. 언젠가는, 이들이 상처가 치유되고 나서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정도의 엔딩이었다.”
그렇게 설명하던 송재정 작가는 “사실 아직 마지막 회를 못 봤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송 작가가 최근에 공개한 대본과 마지막 회가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에 송 작가는 “그것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났다. 대본은 자신의 것이지만, 작품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간 ‘독립적인’ 존재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15, 16회를 아직 안 봤다. 탈고하고 나면 안 보고 싶은 이상한 습관이 있다. 나중에 몰아봐야 한다.(웃음) 물론 방송 나가기 전에 ‘이렇게 될 것이다’ 정도의 얘기는 들었다. (그 결말을 평가하는 것은)묘한 문제다. 대본은 제 것이고, 제 의사가 오롯이 표현된 것이지만, 엔딩에 있어서는 연기자나 연출자들도 이 작품을 5개월 동안 했는데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평가하는 건 상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도 자기 캐릭터니까 자기가 더 잘 알 수도 있지 않나.”
송재정 작가는 특히 오연주 역을 맡은 한효주에 미안함을 드러냈다. 송 작가는 “쫑파티 때에도 한효주 씨를 붙잡고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했는지 모른다”며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연주라는 캐릭터가 아버지와 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해피엔딩을 끝내 진정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한효주 씨에 가장 미안했다.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들었다. 로맨스와 창조자와의 대립관계 두 이야기를 얽는 과정에서 가장 혼란이 온 게 바로 오연주 캐릭터였다. 희생을 감내한 캐릭터라 봐도 좋다. 그래서 한효주 씨에 미안했고,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싶다. 커플인데 남자는 해피엔딩이고, 여자는 해피엔딩이 아닌 게 본인에게도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그건 저의 실수라 생각한다. 두 가지를 억지로 엮다보니 나온 실수였다. 끝까지 고생해줘서 고맙고, 나중에 이 빚을 꼭 갚을 것이다.”
한효주 뿐 아니라 주연 강철을 맡은 이종석에게도 송 작가는 고마움을 드러냈다. 송 작가는 “이종석 본인도 제게 강철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더라”고 웃음을 지으며 “30세로 설정했는데 제가 제 나이또래인 45살의 마인드를 심어줘버렸다”고 덧붙였다. 점점 갈수록 해석하기 어려워지는 강철의 캐릭터에 이종석 또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송 작가는 ‘끝까지 해준 것’에 고마워했다.
“이종석 씨는 일단 ‘만화책처럼’ 생겨서 드라마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웃음)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 거기다 강철이 굉장히 노숙한 캐릭터고, 질문도, 의문도 없는 초인 같은 캐릭터다. 초반엔 쉬웠더라도 끝으로 갈수록 힘들었을 거다. 원래 제가 배우와 통화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종석 씨가 ‘W’를 통해 앞으로 좀 더 자신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워낙 극한의 상황을 많이 했고, 죽었다 살아났다를 세 번이나 했다.(웃음) 저도 이종석 씨와 한효주 씨가 알콩달콩하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그 부분은 아쉽다.”
송 작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대본 공개’라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그 덕분에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기도 했다. 송 작가는 “자고 일어나니 그렇게 되어 있더라. 깜짝 놀랐다”고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번 ‘W’를 통해 ‘매개물’이 아닌 ‘인지’를 통해 차원을 이동하는 새로운 실험을 했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대본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작품에서는 향, 부적 같은 ‘매개체’가 정확했다. 하지만 이번엔 매개체가 없었고, 처음부터 ‘인지’ 혹은 ‘의지’로 차원을 이동했다. 스스로는 충분히 납득을 하면서 신나게 썼는데, 나중에 화면으로 보고나니 보는 시청자들은 어려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게 화면으로 전하니 이해도가 좀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 못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지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고 복잡하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대본을 블로그에 올렸다.”
송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정말 큰 도전을 했다. ‘차원이동’의 끝판왕이라 할 수도 있던 ‘W’는 전체 시청자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작품 전개도 빨랐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런 송재정 작가에 ‘시청률’을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시청률 나오는 아침이면 제 심장이 터질 지경”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시청률이 당연히 중요했다는 송 작가의 솔직고백 끝에는 ‘흔들리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엿보였다.
“시청률은 제게도 정말 중요하다. 저는 원래 이런 드라마를 좋아한다. 빠르고, 깜짝 놀라게 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게 재밌으니까 이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밌을 거라 착각하며 쓴다. 저는 스스로를 정말 대중적인 사람이라 생각해도, 아직 대중적이지 않구나 라는 걸 깨닫고 있다. 시청률은 작가에겐 ‘생존’ 아니겠나. 그만큼 제게도 중요하고, 원동력이다. 하지만 초반에 잘 만들어주셔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바람에 저도 덜 부담스럽게 쓴 것 같다. 흔들리지 않게 쓴 원동력이 바로 ‘시청률’ 아니었나 싶다.”
한편, 지난 14일 종영한 ‘W’는 현실세계의 초짜 여의사 오연주(한효주 분)가 우연히 인기절정 ‘웹툰W’에 빨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