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내용은 빤하지만 유치하지는 않다. 마음만큼은 부자인 무일푼 산골소녀가 기억을 잃은 뒤 ‘꽃거지’가 된 상속남을 만나 사랑을 키운다는 내용의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는 빤한 스토리를 유쾌한 시각으로 그려내며 안방극장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쇼핑왕 루이’는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었던 남자 쇼핑왕 루이(서인국 분)가 날개 없는 천사 고복실(남지현 분)을 만나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의 정서를 귀하게 얻어가는 이야기를 다루는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드라마이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쇼핑왕 루이’는 루이가 ‘쇼핑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경위와 산골소녀 복실의 서울상경기, 그리고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이들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에 걸맞게 이날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매력은 코믹이었다. 쇼핑을 즐기는 루이와 그런 그의 뒤에서 보호와 감시를 동시에 행하는 김집사(엄효섭 분)의 코믹연기는 처음부터 안방극장의 배꼽을 쥐게 했다.
어디를 가든 루이와 늘 세트로 다니는 비서 겸 집사 김호준은 뛰어난 분석력을 자랑하지만 융통성이라고는 ‘1’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깐깐한 사람이다. 최일순(김영옥 분) 회장의 FM 심복으로 그가 금지령을 내릴 때마다 ‘도련님 운전 금집니다’ ‘비 오는 날은 외출 금집니다’를 외치면서, 조금이라도 루이에게 해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말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너무 ‘루이바라기’ 생활을 하다 보니 연애다운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나이가 들어버린 불쌍한 중년. 생활 속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집사가 유일하게 감정을 드러낼 때는 루이가 자신을 귀찮게 여길 때이다.
마치 위성처럼 루이의 주위를 맴도는 김집사와 그런 김집사를 귀찮아하면서도 유일한 친구이자 보호자로 생각하는 루이의 브로맨스는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전해주며 처음부터 보는 재미를 높였다.
이 외에도 ‘쇼핑왕 루이’ 속 캐릭터들은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루이와 모든 것이 정반대라고 보면 되는 복실에서부터 손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마이 프레~셔~스’를 외치며 스토커 수준의 사랑을 보여준 할머니 최 회장, 실력은 탁월하지만 모든 것이 깐깐한 완벽남 차중원(윤상현 분) 감정 없는 칭찬과 안부로 마더 데테사의 가면을 쓴 불여우 백마리(임세미 분) 등 어느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었다. 연기구멍을 찾아 볼 수 없는 배우들은 이 같은 개성강한 캐릭터들은 탁월하게 연기해 냈고, 덕분에 안방극장은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센스 있는 연출 또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중 백미는 Mnet ‘프로듀스101’의 테마곡인 ‘픽미’에 맞춰 한정판만을 쏙쏙 골라내는 루이의 쇼핑 장면이었다. ‘픽미 픽미 픽미업’이라는 가사에 맞춰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물건들을 뽑아내는 루이의 모습을 통해 그가 왜 ‘쇼핑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됐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센스 있는 연출까지 더해지니 ‘쇼핑왕 루이’의 빤한 신데렐라 스토리 또한 유치하지 않게 느껴졌다. ‘쇼핑왕 루이’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기억상실에 걸린 뒤 무일푼 거지가 된 상속자를 돈이 없는 가난한 주인공이 거둬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그동안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사용돼 왔었다. 지금은 복실이 루이를 거두지만, 훗날 기억을 되찾은 루이가 복실에게 유리구두를 건넨 뒤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심지어 ‘쇼핑왕 루이’에 등장하는 대부분에 남자들은 복실에게 빠지고, 그런 복실을 질투하는 마리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눈에 그려진다. 너무 빤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는 신데렐라스토리이지만 ‘쇼핑왕 루이’는 이를 코믹함으로 절묘하게 버물리면서 세련됨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쇼핑왕 루이’에게도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배우들의 모공까지 볼 수 있다는 HD화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뿌연 화면 속에서 ‘쇼핑왕 루이’의 영상미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수목드라마 중에서 경쟁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것이다. 동시간대 첫 방송된 KBS2 ‘공항가는 길’이 멜로로 차별을 둔 것에 비해, ‘쇼핑왕 루이’는 최근 시청률 상승세를 탄 SBS ‘질투의 화신’과 같은 로맨틱코미디를 앞세운 작품이다. 이미 ‘
빤하지 않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앞세운 ‘쇼핑왕 루이’가 계속해서 안방극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