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2회 연속 20% 시청률을 돌파했다. 동시간대 1위를 넘어 '20% 시청률'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쓴 것이다. '태양의 후예'가 올해 상반기 KBS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데 이어 '구르미 그린 달빛'이 '태양의 후예'를 잇는 흥행 공식으로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28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전국 기준)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은 20.1%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방송분(20.7%)에서 20%대 시청률에 재진입한 뒤 큰 변동 없이 시청률을 유지했다. 줄곧 내달리던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도 지켰다.
모바일방송과 다시보기 서비스가 지원되는 최근 방송 생태계에서 드라마가 20% 시청률을 넘는다는 것은 전 세대에 고루 사랑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BC 수목드라마 'W'는 같은 시간대 1위에 올랐으나, 마지막회에서는 9.8%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그 자리를 꿰찬 SBS '질투의 화신'은 13.2%가 최고 기록이다. 특정 시청자층을 넘어 드라마가 사랑받기가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흥행은 40% 시청률 문턱 앞까지 갔던 '태양의 후예'과 닮았다. 20%를 돌파한 기록 외에도 작품성에서 시청자들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판타지로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내관이 된 여인 홍라온(김유정)의 궁궐 로맨스를 다뤘다. '조선의 왕세자와 내관의 사랑'은 연인 사이에 신분은 의미가 없다는 판타지를 일궈냈다. 서로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관계가 미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대위 유시진(송중기)과 흉부외과 전문의 강모연(송혜교)의 직업적인 가치관을 앞세웠다. 상황에 따라 적의 목숨을 앗아가는 군인과 어떤 순간에서도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가 서 있는 대척점은 직업이 가진 환상을 자극했다.
'태양의 후예'과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자신의 의도나 마음과 다른 외적인 환경과 위치에 따른 제약을 벗어나 사랑을 이뤄갔다. 시청자들은 쉽게 맞닿을 수 없을 듯한 두 주인공이 점차 그 차이를 줄여나가는 과정을 보며 관계에 몰입했다.
어그러진 상황을 돌파하는 남자 주인공의 활약은 배우의 매력과 얽혀 작품의 판타지를 완성했다. 유시진은 적들에게 둘러쌓인 강모연을 구했고, 이영은 자객의 칼을 맞으면서도 홍라온을 걱정했다. 송중기와 박보검에게 카메라 앵글이 모아지는 순간들이었다.
이에 따라 '구르미 그린 달빛'과 '태양의 후예'는 이야기의 흐름 못지 않게 남녀 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두 작품은 주인공이 가진 사연을 다루는 동시에 극의 공간을 넓히며 남녀가 서로 애틋한 마주 보는 순간을 아름다운 풍경에 담아내는 것에 신경 썼다.
작품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달라도 '구르미 그린 달빛'과 '태양의 후예'는 역경 속에서 도드라지는 주인공과 주변 환경 등을 통해 판타지를 구현했다. 두 작품은 드라마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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