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도 열심히 달린다. 69개국 301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날 준비를 끝냈다.
개막작부터 관심이 높다. 장률 감독의 '춘몽'. 한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세 남자의 소동을 다뤘다. 양익준·박정범·윤종빈 감독이 남자 주인공으로 배우 한예리와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신민아, 유연석, 김의성, 조달환 등도 깜짝 출연해 즐거움을 전할 예정이다.
거장 감독들의 신작이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블리드 포 디스'도 관심을 둘 만한 영화다. 불의의 자동차 사고를 당한 세계 복싱 챔피언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한국에서도 흥행한 아트버스터 '위플래쉬'의 주인공 마일스 텔러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마일스 텔러와 에론 에크 하트가 벤 영거 감독과 영화제에 참석한다.
시골에 사는 여고생과 도쿄에 사는 남학생의 몸이 서로 바뀌면서 벌어지는 운명의 판타지를 그린 '너의 이름은'과 실물 크기의 은판으로 인물 초상을 찍는 19세기 촬영방식인 '다게로타입'을 고수하는 사진가와 그의 딸, 그리고 조수 사이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그린 판타지 '은판 위의 여인',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1년 후 서로를 의심하는 나약한 인간군상을 그린 '분노'도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다.
올해 칸 영화제를 빛낸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황금종려상), 캐나다 그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심사위원대상), 프랑스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퍼스널 쇼퍼'(감독상) 등도 볼 수 있다.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도전적인 한국영화도 영화제에서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은 카페에 마주앉은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영화. 매력이 다른 여배우들(임수정과 한예리, 정유미, 정은채)의 새로운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족을 잃고 외로웠던 어머니가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환절기'도 벌써 영화계에 입소문이 좋게 난 작품이다. 영화 전체를 롱테이크로 촬영한 박기용 감독의 '지옥도', 현실과 상상의
영화제의 문을 닫는 영화도 영화제 측이 신중하게 고른 작품이다. 이슬람 국가(IS)로부터 큰 피해를 본 여자 이야기를 담은 이라크 영화 '검은 바람'이 폐막작이다. 후세인 하산 감독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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