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해는 신구 여배우들이 다양한 도전과 활약이 유난히도 눈부셨던 한 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신예 한예리부터 충무로의 독보적인 여배우로 입지를 굳힌 손예진, 파격적인 변신과 업그레이드 된 연기력으로 커리어를 쌓았으나 사생활 논란으로 자취를 감춘 김민희, 20대 못잖은 러블리함으로 ‘로코’의 부활을 알린 김혜수, 격이 다른 노장 파워를 보여준 윤여정까지.
서로 다른 색깔로 제37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다섯 여배우들, 수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여러가지 면에서, 올해 가장 큰 놀라움을 안긴 여배우는 역시나 김민희다.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로 종적을 감춘 그가 영화 ‘아가씨’(박찬욱)로 당당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희는 ‘아가씨’에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과 그의 발칙한 일당인 하녀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 선을 똑똑하게 표현해낸다. 파격적인 동성애 연기부터 오묘한 섹시함과 짠한 소녀의 모습까지 매혹적으로 소화한다. 그녀를 둘러싼 대중의 싸늘한 시선에도, 영화계는 그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많은 제작자들과 영화 감독들이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주목하는 이유다.
이 정도면 반칙이다. 섹시함으로도 모자라 러블리까지 섭렵한 김혜수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흥행까지 챙긴 영화 ‘굿바이 싱글’로 후보에 올랐다.
‘굿바이 싱글’은 독거 싱글 톱스타에게 벌어진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담은 영화로, 김혜수는 화려한 섹시미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잠시 내려놓았다. 사랑스러운 백치미와 따뜻한 인간미로 소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독이 녹아 있는 휴먼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시켰다. ‘마쁜이’ 마동석과의 호흡은 톰과 제리를 보는 듯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했다. 소리 없이 강한 흥행 스코어로 쟁쟁한 대작들 사이에서도 김혜수의 파워를 입증시켰다.
올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던 손예진은 역시나 청룡영화상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다. 영화 ‘덕혜옹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그는, 전작 ‘비밀은 없다’에서도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덕혜옹주’에서는 일본으로 끌려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를 맡아 비극적인 운명에 무너져가는 삶의 아픔을 처절하게 연기했다.
영화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논쟁의 중심세 서기도 했으나, 손예진의 연기에는 이견 없는 호평이 쏟아졌다. 그녀가 출연 하는 모든 장면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작품과 캐릭터 속에 완벽하게 일체된 모습. 특히 슬픔의 끝에서 절망에 빠진 ‘노인 옹주’를 연기 할 땐 극한의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분명 ‘덕혜옹주’는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또 한번 진한 밑줄을 그은 작품으로 남게 됐다.
‘베테랑’ 윤여정의 연기는 말 해 무엇하랴. 다양성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극중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는 여주인공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쟁쟁한 후배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빛나는 노익장의 파워를 보여줬다. 올해 칠순을 맞은 윤여정은 ‘윤여정’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증명하듯, ‘죽여주는 여자’ 속에서 ‘죽여주는 연기’를 선보였다. 50년의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자칫하면 어두울수도, 불편할수도 있는 내용을 불편하지 않게, 그렇다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무서운 신예’ 한예리가 후보에 올랐다. ‘최악의 하루’ ‘춘몽’ 등으로 충무로의 가장 떠오르는 여배우로 주목 받은 한예리는 사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그는 ‘최악의 하루’에서 의도치 않게
올해 누구보다 그 가능성과, 독특한 매력을 마음껏 뽐낸 그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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