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로 첫 인사를 건네야 할까. 성매매 의혹에 휩싸이며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입증하고 어렵사리 복귀하게 된 배우 성현아를 만나러 가는 길. “잘 지내셨나요?”라는 흔한 인사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연예인이기 전에 한 여자로서 너무나 큰 아픔을 겪은 그녀였기에 무슨 말로 인터뷰를 시작해야할 지 고민스러웠다.
인터뷰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 먼저 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내 그녀가 총총 걸음으로 뛰어 들어왔다. 42세, 아이를 출산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날씬하고 아름다웠다.
“벌써 오셨네요?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라며 씩씩하게 말을 건네는 그녀에게서 밝은 에너지를 느꼈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맴돌던 고민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성현아는 오는 15일 연극 ‘사랑에 스치다’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그녀의 생애 첫 연극 무대이자 복귀작이다. 지켜보는 눈도, 따가운 시선도 아직은 부담스러울 텐데 그저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뿐이란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연기라 잘 하고 싶다는 욕심도, 부담도 클 것 같다”고 하자, “욕심 같은 건 없다. 두려움이나 걱정 보단 설렘이 더 크다”며 미소지었다.
“그동안 의도해서 쉬고, 본의 아니게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로 쉰 게 벌써 6년이네요. 그저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로 정신없이 지내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일터(?)에 나오니 기분이 좀 묘해요.”
공백기 동안 근황을 물으니 오롯이 ‘엄마’로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곤 “당시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무작정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억울했던 속마음을 하소연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저런 생각에 무서웠지만,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일이었어요. 가족,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라도”라며 그간의 말못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각종 언론을 통해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흘러나오고, 그로 인해 내가 아닌 또 다른 이상한 내가 만들어지더군요. 답답하고 억울하고 힘들었지만, 남들의 시선 보다 내겐 지켜야 할 더 중요한 게 있었기에 이 악물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 했어요.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결국 최소한의 진실은 밝혀졌고 믿어준 제 가족들에게 당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많은 소문과 악의적인 댓글, 선입견이 존재하지만 담담해요. 그들이 뭐라든 아닌 건 아닌 거니까.”
인터뷰 전 기자의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담대했고 당당했다. 오랜 경력의 여배우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라기 보단 엄마의 강인함이, 역경을 이겨낸 한 어른의 성숙함이 느껴졌다. 그녀를 향한 비난, 선입견은 가혹했지만 그럴수록 가족들은 그녀를 더 따뜻하게 감쌌고, 절친한 지인들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단다.
“아이를 낳고, 큰 고난을 겪고 나니 예전 보다 많은 걸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겨요. 좀 뻔뻔해진 것도 같고, 내게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강인함도 생겼어요. 매사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나서야 할 건 강단있게 나서서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 내 의지가 약해질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가족, 또 고마운 지인들을 위해서라도.”
“어쨌든 힘든 시간을
-②편에 계속
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