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석 감독은 자신만 제대로 연출하면 영화 '마스터'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다.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10kg 정도 살이 빠질 만큼 연출에 노력을 가한 그는 "배우들이 밸런스를 잘 맞췄고 각자가 살아나 영화 보는 맛을 더했다"는 관객의 평가에 기분이 좋다. 물론 "X망, 이제 조의석 감독 영화는 스킵"이라는 평가는 아쉬움을 남긴다. 조 감독은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기에 일희일비하진 않지만 "관객 한 명을 잃었구나"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희대의 금융 사기범 진회장(이병헌)과 그를 잡기 위해 나서는 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두 사람 사이에서 제 살길을 찾아 줄타기하는 컴퓨터 전문가 박장군(김우빈)의 추격전을 담은 '마스터'는 흥행을 달리고 있다. 나름대로 즐길만한 범죄오락액션 영화라는 평가에 괜찮은 스코어를 이어가고 있다.
누가 봐도 가벼운 오락영화지만 이병헌은 사실 '마스터'가 어둡고 무거운 다큐멘터리 영화로 생각했기에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생각한 것과는 달라 당황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조의석 감독은 "이병헌 선배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는데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고 웃으며 "내가 나홍진 감독도 아니고, 그런 급 있는 생각을 하는 감독이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 감독은 "처음에 이병헌 선배가 당황했지만 이 캐릭터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을 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 회장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다. 물론 우리 둘 다 '진 회장이 매력적인 캐릭터인 건 맞지만 그에게 빠져들게 하지는 말자'고 동의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병헌 선배는 감독과 길게 이야기하며 결정을 하는 스타일 같더라. 처음에는 나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나중에 '해봄직 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도장을 찍기 전에 '내부자들' 시사회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나와 '선배와 못 하겠다. 여기서 다 보여줬는데 뭘 보여주겠나'라고 푸념한 적이 있다. 그때 서로 막 웃었다"고 기억했다.
진회장과 김재명 팀장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김우빈 캐릭터를 좋아하는 관객도 많다. 조 감독은 "우빈이는 이병헌과 강동원 사이에서 20대 대표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나와 우빈만 잘하면 된다는 일념으로 서로 위로도 하고 응원도 많이 했다"고 웃었다. 강동원의 연기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표준어 구사가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조 감독은 "김재명 팀장은 대사를 빨리 치게 만든 캐릭터였다"며 "리듬감을 잘 살려보고 싶었는데 동원씨가 잘해줬다. 굉장히 만족한다. 물론 본인이 아쉬운 게 있다는 걸 알고 '다음에 고쳐야겠네'라고 하더라. 30대 중반의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다음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라고 짚었다.
조 감독이 강동원을 추어올리는 이유가 또 있다.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하다가 목에 유리가 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조 감독도 하늘이 노래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사고가 나 뛰어가는데 강동원에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목 부분에 뭔가 꽂혀 있는 게 보이더라. 앞에 찍은 테이크가 있는데 한 번 더 촬영해 문제가 생겼다"며 "나를 비롯해 무술감독, 스태프 등이 안전에 문제가 생겨 자존심에 금이 갔다. 분위기가 다운됐는데 꿰매고 와서 다시 찍자고 해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담백하게 김재명을 연기했다. 진 회장은 웃기고, 더 망가졌다. 또 싸늘할 때는 진짜 소름 돋게 해줬다. '마스터' 예고편이 나왔을 때 지인이 박장군 역할이 걱정된다고 했는데 영화 보고 나서 '정말 잘했다'고 하더라. 20대 배우, 한국영화계가 좋은 허리를 갖게 되지 않았나 한다. 모두가 정말 잘 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결말은 의견이 분분하다.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판타지 결말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조 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스터'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김재명 팀장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현실이 더 심하니 우리 영화가 판타지가 아닌 건 아닐까. 처음 기획할 때부터 권선징악이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찝찝한 기분을 전하려면 제대로 전해야 하는데 난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짚었다.
또 하나, 개인적인 아쉬움을 전했다. 경제와 정치, 언론이 결탁한 이야기로 한 데 묶으면 더 오밀조밀하고 짜임새 있으며 관객이 더 좋아할 영화가 나왔을 거라고 하자 그는 결말이 바뀐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재명이 장부를 통해 조사한 사람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고 대정부 질문 장면이 나온다.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들 중 연루된 사람들이 회의장을 나오고 젬마와 수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