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어쩌면 누구가에게는 잊혀진 이야기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생소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작은 사건이든, 큰 사건이든 세월이 지나면 점점 잊혀지기 마련이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 중에는 장기화된 갈등 속에서도 끝까지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복직’을 외치는 언론인들이다.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은 YTN과 MBC에서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정권에 의해 진행된 언론장악의 구체적인 과정과 그로 인해 붕괴된 저널리즘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이다.
이명박근혜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들이 부재한 공영방송이 왜 ‘기레기’라 불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추적해가는 이 영화는 복직 투쟁을 벌이면서 촬영된 영상들의 편집이 주를 이룬다.
당초 연출을 맡은 김진혁 감독은 해직언론인의 활동 모습과 과거 소회 인터뷰를 중심으로 휴먼 다큐를 완성하고자 계획했다. 그러나 YTN, MBC 노조에서 기록한 클립들을 보고선 해직 언론인의 싸움과 몸짓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호소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편집해 영화를 완성했다.
언론통제가 진행된 지난 2008년부터의 기록이 담긴 영상은 결들은 각기 다르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며 따라가는 데는 문제없다. 오히려 당시 상황의 심각성과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면서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효과를 낳는다.
해직언론인들의 복직 투쟁과 해직 과정은 처절하고 또 처절하다. 그러나 이들은 해직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기자가 옳다 생각하는 걸 했다고 해직 당하는 전례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모든 모욕을 견디면서도 버티고 또 버틴다.
상식적인 소명을 지키기 위해 이 악물고 버텨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차라리 이 모든 게 연출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 만큼 해직언론인들이 장기화된 갈등 속에서도 왜 그 끈을 놓지 못했는지, 현재까지도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지 등을 110분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해직언론인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통해 해직언론인들의 정신과 언론 통제의 실상을 재차 강조한다. 전 MBC 최승호 PD를 말한다. “해고 문제가 YTN 몇 명, MBC 몇 명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것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해고자들이 복직되고, 과거 불이익이 원상회복되고, 원직으로 가서 제대로 된 보도를 시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언론인을 주물럭거려서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세력들이 욕심을 포기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이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그리고 이 같은 말에 귀기울이다보면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그들만의 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는 12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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