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 정치 검사 태수 役
"동경의 대상 정우성과 호흡, 좋았죠"
"과거 짠하다…마지막 작품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처절하게 연기"
배우 조인성은 당황스러워했다. 영화 '더 킹'을 촬영할 때만 해도 '국정농단' 사건이 현실이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용기 냈다'고 하는데 '무슨 용기?'라고 했어요. 이 정도도 얘기 못 하고 어떤 압박을 받는다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참여한 거죠. 풍자하고 웃자고 만들었는데 현실이 되어 버려 당황스러워요. 감독님이 신 내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고요. 합리적인 의구심들이 화면에 나오니 당황스럽지만 관객들이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어요."
'더 킹'(감독 한재림, 18일 개봉 예정)은 한 남자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풍자와 해학을 담은 작품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한 이야기를 펼친다. 현실 정치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꽤 많다.
조인성의 영화 출연은 '쌍화점' 이후 9년 만이다. 그는 "원래 '권법'을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고, 노희경 작가님이 불러주셔서 드라마를 하게 됐고, 이후 '더 킹'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요즘은 40~60회차 촬영이 일반적이라고 하던데, 100회차를 넘게 찍었다. 과거에 '비열한 거리'나 '쌍화점'도 100회차 이상을 찍었는데 '더 킹'을 하며 영화 대여섯 편 찍은 것 같다"고 웃었다.
오랜만의 영화라서도 좋지만 조인성에게는 정우성의 호흡이 특히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는 "'태양은 없다' '아스팔트 사나이' 등을 보고 정우성 선배가 동경의 대상이 됐다"며 "특히 '아스팔트 사나이'에서 우성이 형 본 순간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내 꿈은 배우였다"고 되짚었다.
"사실 초창기 제 연기는 정우성 선배를 따라한 모습었다고 해도 될 정도거든요. 이번 정우성 선배와 호흡은 굳이 연기할 필요가 없었어요. 영화 속 캐릭터 설정과 관계가 자연스럽게 입혀지더라고요. (배)성우 선배랑도 친해지니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왔고요. (류)준열이와는 음…. 제가 나이 먹은 잘못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제가 동적인 캐릭터였다면 준열이의 무표정한 페이소스가 어울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나온 것 같아 좋아요."
"지금 생각하면 어렸을 때 나는 짠했어요. '배우, 배우, 배우 그것 아니면 안 돼!'라고 채찍질하는 시기였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만큼 성과를 못 낼 것 같아요. 저한테 혹독했던 것 같은데 견뎌냈다는 것 자체가 짠하고 고마워요. 예전에는 혼자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부모님이 저를 잘 키워주셨고, 주위에 매니저, (차)태현 형, (고)현정 선배 등등 많은 분이 도와준 거죠. 그 힘으로 또 앞으로 10년을 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인성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오열신도 언급했다. 이 드라마에서 주먹을 입에 넣고 우는 모습이 짠하고 처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절하게 연기한 건 나한테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에요. 더 이상 작품이 안 되면 힘들어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좀 더 억척스럽게 연기한 것 같아요. 물론 그 장면을 지금 보면 부담스럽지만요(웃음). 이제는 힘을 빼야 한다는 걸 아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과정 속에 있죠. 그런 과정을 겪으면 10년 후 나는 또 다른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조인성은 이어 "내가 작품에 참여한 수가 많든 아니든 사람들이 나를 많이 봤으니 더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으니 어색한 옷을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도 살짝 언급했다.
"신선한 소재의 작품을 하고 싶은데 어떤 작품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김은숙 작가님이 불러 주면 좋겠죠(웃음). 사실 예전에 우리 회사에서 드라마 '블러드'를 제작했었는데 전 손뼉을 쳤어요. 잘만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요즘 도깨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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