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작이라 할 만하니 퍽 난감하군."
여자친구와 대화가 통할 정도로만 적당히 드라마를 즐기는 한 지인은 최근 끝난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 공유의 대사를 따라하며 이처럼 말했다. 손꼽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이번에 생겼단다. ’도깨비’ 극성 팬으로 본방 사수는 기본이었다.
’도깨비’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삶과 행복을 되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였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역대급 드라마"라는 호평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리고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 설화는 한회, 한회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말랑말랑한 로맨스보다는 깊고, 정치나 역사 드라마보다는 어렵지 않으며 시대극보다 더 긴 역사를 다룬 퓨전 사극 ’도깨비’는 도깨비와 저승사자, 환생, 업보, 윤회 등 한국적 요소가 제대로 버무려져 사랑을 받았다.
인간에게 주어진 ’4번의 생’이 적지도 많지도 않음을 고민하게 했다. 신에게 의지하는 삶이 아닌, 착하게 생을 살아야 함도 강조됐다. 삶과 행복의 의지는 인간의 선택일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 ’도깨비’는 케이블 채널 최고 시청률을 경신(닐슨코리아 기준 평균 20.5%, 최고 22.1%)하며 아름답고 씁쓸한 여운을 남기곤 퇴장했다. ’도깨비’가 방송된 모든 날이 좋았다.
’도깨비 신드롬’에 뒤늦게 빠진 이들도 있다. 다시보기도 서비스되니 설 연휴 보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미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중남미, 일본, 대만, 홍콩 등에 판매돼 방송·VOD 서비스를 통해 외국 시청자들도 만나고 있다.
’라라랜드’는 2월26일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에서 14개 후보(’타이타닉’과 ’이브의 모든 것’과 함께 역대 최다 후보 기록을 냈다)를 배출했다. 이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7관왕을 차지했고, 국내에서도 300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저력은 입증됐다.
’라라랜드’는 설 연휴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공조’와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더 킹’ 등 경쟁이 심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관객 호평과 입소문으로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도깨비’는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시청자들을 위해 2월 3일과 4일 스페셜 방송도 편성했다.
당연히 사람마다 인생작 기준과 평가는 다르다. 나라가 시끄러우니 요즘 들어 더 팍팍해진 것 같은 일상인데 기분 좋아지게 하는 작품들을 만난다면 잠시나마 행복해지지 않을까.
설 연휴 TV편성표를 보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7일 오전 10시5분 SBS)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7일 오후 11시10분 KBS2) ’고지전’(27일 오후 11시35분 EBS1) ’쿵푸 팬더’(28일 오전 9시25분 EBS1) ’검사외전’(28일 오후 8시45분 SBS) ’우주전쟁’(28일 오후 10시45분 EBS1) ’사운드 오브 뮤직’(29일 오후 2시15분 EBS1)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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