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건'이 국내 관객들에게 울버린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다. 휴 잭맨의 손가락 사이에 솟아나는 갈고리(클로)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 (약간 잔인하나) 유쾌 상쾌 통쾌했다. 또 그의 독특한 헤어 스타일과 구레나룻과 턱까지 이어지는 수염에도 눈이 갔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휴 잭맨의 울버린을 볼 수 없다니 아쉽다.
히어로가 노쇠하다는 건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었다. 히어로도 나이를 먹고 세상의 이치를 따른 게 당연한데, 우리 머릿속 히어로는 언제고 젊고 건강하며 용맹스러운 모습 그 자체였다. 죽었어도 되살아났고, 리메이크와 스핀오프 등으로 돌아오는 히어로는 언제나 반가웠다.
손등의 칼날과 치유 능력(힐링팩터)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 나름대로 현실적인 모습에 애착이 갔다. 악당을 상대로 구르고 뛰며 온몸으로 맞서는 '행동파'가 매력적이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사랑받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건강한 남성을 상징하는 휴 잭맨이었는데 영화 '로건' 속 휴 잭맨은 노쇠했다. 이제 능력을 잃어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된 로건은 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화려하지 않은 삶을 산다. 치매에 걸린 프로페서X(패트릭 스튜어트), 칼라반(스티븐 머천트)과 함께다.
로건의 전투 능력은 과거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으나 '로건'은 새로운 시대의 인물을 도래시키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다. 전광석화처럼 튀어나오는 손등과 발등의 칼날이 로건과 닮은꼴이다. 중년 휴 잭맨의 싸움이 애잔한 동시에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설정이자, 어떤 전개로 이어질지 예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2000년 시작한 휴 잭맨의 울버린은 이제 떠난다. '로건'이 히어로가 아닌 인간에 집중했다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 모습이 관객을 울린다. 휴 잭맨은 총 9편의 울버린으로 모든 걸 쏟아냈다. 호평과 혹평 사이를 오가며 끝까지 팬들 곁에 있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17년 동안의 엑스맨 멤버 휴 잭맨은 떠나지만 다른 모습으로 언제고 돌아오길 기다린다.
닭가슴살만 먹으며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정말 싫어 울버린 연기를 고사했던 그가 '로건'으로 다시 돌아온 것처럼 또
'로건'은 미국 개봉 첫주 약 8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3월 개봉 R등급 영화(청소년 관람불가)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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