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아닌 드라마 강한 영화 '보통사람' 형사 役
배우 손현주는 영화 '보통사람'의 첫 시나리오와 수정본이 자기가 생각한 바와 달리 흘러갔다고 고백했다. 1970년대 발생한 첫 연쇄 살인마에 대한 모티프가 좋았는데 생각한 것과는 많이 바뀌었다.
손현주는 "처음 본 시나리오에서 내가 좋아한 것들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만둘 수 없었다"며 "출연한다고 했으니 책임을 져야 했다. 김봉한 감독과 이야기와 대화를 많이 했고, 부모와 자식, 가정을 지키는 평범한 모습을 담고 이 영화를 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1987년,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보통사람'은 1980년대 무자비한 공권력을 중심으로 정치·사회적 이슈가 가미된 인상이 강하다. 부성애가 기본 코드이긴 하지만 시대적 아픔도 꽤 많이 담겼다. 과거 공권력의 고문치사 사건, 전두환 시대, 현재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검사의 모습 등등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는 손현주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엄청난 사건을 조작하는 안기부 실장을 연기한 장혁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악한의 모습에 팬들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을 정도다. 현실 정치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말이다.
손현주는 "장혁씨와는 드라마 '타짜'에서 호흡을 맞춘 뒤 친해졌다. '같이 또 하자'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공교롭게도 같이 하자고 했는데 '숨바꼭질'이 장혁씨의 '감기'와 대결해 의도치 않게 미안해 한 적이 있다. 이후에 '보통사람'을 하게 됐는데 제작이 지연되면서 장혁씨가 합류하게 됐다. 나와 같이한다고 해서 한 걸 텐데 아마 이 역할인지는 몰랐을 것"이라고 웃었다. 손현주가 장혁을 끼어들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에는 큰 도움이 됐다. 장혁도 새로운 모습을 제대로 선보였다.
손현주는 장혁과 만나 호흡을 맞춘 것도 좋지만 김상호, 정만식, 라미란 등 만나보고 싶었던 또다른 배우들과 함께한 것도 좋다. 특히 "라미란은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다"고 웃으며 "되든 안 되든 보통사람이 하는 보통 멜로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손현주는 그간 TV에서 소시민 역할을 많이 했다. 조·단역을 거쳐 존재감이 생긴 건 2009년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다. 손현주는 "처음에는 당연히 단역을 많이 했는데 '손현주'보다 '야!'나 '어이~'가 많았다. 그런 기억이 많이 난다"며 "과거에 어떻게 하면 방송에서 살아남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최근까지도 유쾌하게 '이 작품으로 만나봅시다'라고 한 적도 거의 없었다. '추적자'도 밀리고 밀렸던 드라마였다"고 회상했다.
"'2주만 보자'는 얘기를 들었던 난 처음부터 악착같이 살아왔다"고 한 그는 이제 주인공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배우다. 최근 스릴러 몇몇 작품이 흥행하면서 '스릴러킹' 별명도 붙었다. 손현주는 "앞으로 몸 관리를 잘하고 열심히 연기하겠다. 죽는 날까지 해야 할 것"이라고 웃으며 "어떻게 하다 보니 드라마만 하다가 최근 들어 영화를 하게 됐는데 이제 다시 대중이 좋아하는 드라마로 돌아갈 것"이라고 짚었다.
손현주는 마지막으로 소속사가 싫어해도 자신이 계속하는 일이 있다고 밝혔다. 휴대폰에 연극배우 프로필을 갖고 다니는 그는 이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본인이 뭔가를 해줄 순 없지만 누군가 그들에게 기회라도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휴대폰 안에 30~40명의 프로필이 있어요. 이들을 끌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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