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특별시민`에서 최민식, 곽도원과 호흡한 배우 심은경. 제공|쇼박스 |
“너무 신났어요. 제게도 이런 시나리오가 들어오다니요! 신선한 소재, 낯선 캐릭터, 결정적으로 최민식 선배님과의 연기라니! 평소 팬이었던 곽도원 선배까지…정말 행운이었죠. 하지만 기쁜 것도 잠시, 나이에서 오는 연륜이라는 게 무시하지 못할 것인데 제가 그걸 뛰어 넘고 ‘박경’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어려운 정치 영화를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배우 심은경은 정치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을 선택한 당시를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저 신이 나던 감정은 잠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 걱정하고 망설였는데 결국 용기를 냈다. 돌이켜 보니 너무도 잘한 일이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우리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 갈릴 것 같다. 이 시국에 또 정치 영화냐며 지겨워하는 분들이 분명 있겠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를 압도하는 지금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그것만으로 끝내서는 안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영화 `특별시민`에서 최민식, 곽도원과 호흡한 배우 심은경. 제공|쇼박스 |
“첫 리딩 전날 밤을 꼬박 세워가며 준비했지만 역시나 제 생각만큼 (연기가) 나와 주진 못했어요. 최민식 선배님은 제게 ‘당당하게, 편하게 하라’라며 응원해주셨고, 현장에서 선후배가 아닌 극 중 캐릭터인 변종구(최민식)와 박경(심은경)으로 만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어요. 첫 촬영 당시 긴장해 실수를 많이 했는데 선배님이 칭찬을 해주셔서 너무 큰 힘이 됐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선배님의 진심이 느껴지니 연기하는 게 점점 편해졌어요.”
심은경은 “처음엔 굉장히 경직된 마음으로 ‘박경’ 캐릭터를 해석하고 다가갔는데 선배님의 다양한 조언을 통해 점차 자연스러운 나를 입혀갔다”면서 “나이나 겉으로 드러난 성격 보다도 ‘정치 미생’이라는 정체성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경’은 우상이자 절망인 ‘변종구’ 뿐만 아니라 선대본부장 심혁수로 분한 곽도원과도 신경전을 벌인다. 완전한 동지도 적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서 수많은 인물들과 미묘한 감정을 교류한다. 그는 “곽도원 선배님 역시 내가 연기적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끊임없이 애정어린 조언으로 함께 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곽도원 선배님과 대립각을 이룰 때면 연기적 희열을 느낄 정도로 치열하게 연기했어요. 본능적으로 솟구치는 그런 느낌을 처음 느꼈죠. 이 장면의 촬영이 끝나질 않기를 바랄 정도로 굉장히 몰입하면서 연기했는데 이 또한 선배님의 리드 덕분이었죠. 제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이에요.”
끝으로 그는 대선과 영화 ‘특별시민’의 기묘한 인연에 대해 “정말 이런 우연이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내가 영화를 통해 영향을 받아 조금이라도 생각이 바뀌고 깊어진 것처럼 관객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올해 대선이 제겐 첫 투표인데 최대한 끝까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투표하려고 해요. 영화를 통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정치적 관심이나 가치관들을 조금은 구체화시킬 수 있었고,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에 대해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선거’라
한편, 심은경은 차기작인 ‘염력’(연상호 감독) 촬영에 돌입하며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