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제발~”
MBC ‘라디오스타’의 공식 엔딩 멘트는 여전히 간절하고 절박하다. 아이러니한 건, 이 ‘라디오스타’가 500회를 넘어 어느새 방송 10주년을 맞이한,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한 장수 토크쇼란 점이다.
2007년 5월 30일 ‘황금어장’ 내 코너로 첫 선을 보인 ‘라디오스타’는 등장부터 묘했다. 당시엔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독설과 디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놓고 ‘B급’ 콘셉트 토크쇼를 자청했다.
신선했지만 왠지 적응이 어려운, 그리고 윤종신-김국진-김구라-신정환이라는 당시로선 엄청나게 센 MC가 없는 조합의 ‘라디오스타’는 ‘황금어장’ 내 경쟁(이자 상생) 코너였던 ‘무릎팍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으며 사실상 ‘황금어장’ 내에선 ‘무릎팍도사’ 번외 코너 수준에 머물렀다.
‘무릎팍도사’에 비해 편성 시간이 턱없이 짧았던, 때로는 ‘황금어장’ 한 주 방영분이 ‘무릎팍도사’에 온전히 할애되면서 ‘라디오스타’가 통편집되는 굴욕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거다. ‘라디오스타’ 공식 엔딩 멘트가 애절 모드로 자리잡게 된 건.
그런데 이 가늘고 긴 생명력이 은근히 무시무시하다. MC 교체와 각종 논란이라는 부침 속에서도 묵묵히 제 스타일을 고수하며 걸어온 ‘라디오스타’는 어엿한 수요 예능 독보적 1인자로 군림하며 30일 방송 10주년을 맞이했고, 31일 10주년 특집 방송을 선보인다. 자축과 시청자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공존하는 방송이 될 전망이다.
3주년, 5주년, 7주년, 9주년을 지나 10주년을 맞은 ‘라디오스타’의 저력은 차별화다. 독설, 돌직구, 이른바 게스트를 ‘탈탈 털어’ 어지럽게 만드는 ‘라디오스타’만의 독보적인 콘셉트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라디오스타’만의 전매특허다.
서너 명의 MC들과 서너 명의 게스트가 만나 진행되는 떼 토크의 형태를 띤 ‘놀러와’, ‘해피투게더’ 등이 비교적 착한 토크쇼의 전형이었던 반면, ‘라디오스타’는 독한 토크의 전형을 보여줬다.
MC 조합도 특별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를 향해서든 쏠 수 있는 총알을 장전한, 왕년에 ‘독설계의 대마왕’ 김구라는 전례 없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MC이자 ‘라디오스타’의 정체성을 일선에서 보여준 캐릭터다.
여기에 ‘깐족계의 대부’ 윤종신, ‘수줍음의 아이콘’ 김국진과 김희철-규현을 잇는 당돌한 막내 라인의 활약은 꽤나 신선한 조합이었다. 비록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지금은 프로그램을 떠났으나 한 때 ‘라디오스타’ 독설 토크의 화룡점정으로 활약한 신정환, 유세윤의 존재감 역시 말할 것도 없다.
‘무릎팍도사’가 메인 MC 강호동의 연예계 잠정 은퇴로 흔들리다가 토크쇼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끝내 폐지 수순을 밟은 것과 달리, ‘라디오스타’는 크고 작은 흔들림 속에서도 우직하게 걸어왔다.
물론 ‘라디오스타’가 걸어온 길 역시 쉽지 않았다. MC들이 물의를 일으키며 하나 둘 프로그램을 떠나기도 했다. 김구라의 경우 과거 발언에 발목 잡혀,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두 차례나 프로그램에 하차했다 재합류하는 이례적인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게스트를 향한 무례한 언행으로 사과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말과 탈보다 더 큰 웃음과 재미를 준 ‘라디오스타’였다. 무수한 게스트를 발굴해 그들을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고, 주목받게 했다. 한때 ‘라디오스타’를 두려워했던 게스트들도 이제는 스스로 털리기를 자청한다.
‘라디오스타’의 저력이 무서운 건, 현 토크쇼의 트렌드인 자유분방함을 한 발 앞서 읽고, 트렌드를 선도했으면서도
어쩌면 10년 뒤에도 머리가 희끗해진 이들이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제발~”을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지 않을까.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