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YG엔터테인먼트 |
수십 m에 달하는 드넓은 무대를 꽉 채우는 일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3층 객석까지 메우는 것은 빅뱅의 다섯 멤버가 아닌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9) 혼자만으로도 거뜬했습니다.
공연장 곳곳에서는 해외 팬들과 그의 말과 제스처 한마디에 일렁대는 노란색 야광봉 물결과 '떼창'을 볼 수 있었고, 전석 11만원 하는 티켓 매출만 4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스타,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우뚝 선 지난 10년의 행보를 고려할 때 사실 그리 새롭지 않은 풍경과 수치입니다.
지드래곤이 10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투어 '액트 Ⅲ: 모태'(ACT Ⅲ, M.O.T.T.E)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날 공연이 특별했던 건 그가 최근 발표한 솔로 앨범 '권지용'에서 예고했듯이 지드래곤이 아닌, 인간 권지용을 무대에서 꺼내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의상과 무대 조명, 영상 색감 등을 모두 붉은색으로 통일해 최대한 단조롭게 보이도록 하고, 세트리스트도 강약 조절보다는 지금껏 발표한 솔로 앨범 순서대로 정했습니다.
그는 오프닝곡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 등을 부른 뒤 "권지용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은 일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신이 힘들었다"고, "어느 순간 지드래곤이란 이름으로 살다 보니 자신의 모습이 뭔지 잊고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한 뒤 대표곡을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크레용' 등을 부르며 앙칼진 음색으로 랩을 쏟아내다가도, '그XX'를 부르면서는 계단에 앉아 서정적인 선율에 맞춰 노래했습니다.
씨엘과 함께 '더 리더스'(THE LEADERS)를 듀엣하고, 게스트로 나온 아이유와는 '팔레트'와 '미싱 유'(MISSING YOU)를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아이유의 히트곡 '팔레트'에 피처링했던 지드래곤은 "아이유 씨가 얼마 전에 (피처링을 해줘 고맙다며) 선물을 줬다"며 "냉장고를 보냈는데 내 얼굴로 띠가 둘린 소주가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아이유는 "입대 전까지 다 드시려면 열심히 드셔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오브세션'(OBSESSION) 무대 때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야광봉을 든 한 여성 팬이 무대로 난입해 지드래곤을 껴안으려 하자 지드래곤은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처했고 해당 여성은 스태프의 손에 이끌려 무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마치 지드래곤과 권지용의 이중주처럼 공연 중간중간 '서른 살 권지용'이란 테마가 명료하게 드러났습니다.
싸이, 세븐, 씨엘, 산다라박 등 동료 가수들과 그의 부모와 누나, 스태프, 매니저 등에게 지드래곤과 권지용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여태껏 '노'(NO)가 없었다. '예스'(YES)만 계속했다"며 "내겐 최고의 아들"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지드래곤은 공연 후반부 신곡 '개소리'를 부른 뒤 "공연의 포인트는 덜 꾸민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강조하며 속내를 꺼내 보였습니다.
그는 "지드래곤은 제 모습 중 하나지만 굉장히 화려하고 과장된 이미지의 가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연) 마지막으로 갈 때 즈음에는 많이 걷어낸 모습의 권지용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순간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며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이제 꿈속에서 사는 듯한 기분이 너무 좋은데 뭐가 꿈이고 현실인지 잘 모르겠는,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가끔 있다. 그래서 계속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여러분이 어떤 모습을 좋아할지 몰라도, 멋 부렸지만 안 부린 척 옷을 입은 허름한 권지용이어도, 화려한 지드래곤이어도 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습니다.
그는 또 "저 내년에 군대 가잖아요"라며 "갔다 오면 서른두셋이 된다. 그 나이가 돼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객석에서는 "네"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공연의 엔딩
24곡을 쏟아낸 그는 이날을 시작으로 아시아 3개 도시, 북미 8개 도시, 오세아니아 4개 도시, 일본 3개 도시 돔투어 등 총 19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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