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변요한 사진=CGV아트하우스 |
변요한은 tvN ‘미생’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들과 만났다. 이후 ‘구여친클럽’,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에서 담백한 연기로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그는 이에 대해 모든 결과는 배우의 숙명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어떤 결과가 따르던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미생’때 대중들을 처음 봤는데, 독립 영화 때와 감정이 같았다. ‘육룡이 나르샤’가 시청률 1위를 했을때도, ‘구여친클럽’이 조기종영이 됐을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저는 매일 똑같이 현장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이제껏 대중들을 장편 영화로 딱 두 번 봤다. 어떻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나.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타임루프라는 단순한 소재는 사실 저한테도 신선하지 않은 지점인데 그거는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대신 작품 들어가기전에 타임슬립과 타임루프의 차이점에 대해 정확하게 구분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했던건 ‘하루’에서 전하고자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고, 그 안에서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이며, 피해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서로 분노하고 슬퍼하고 죽일 듯이 85분을 달렸다가 5분 만에 해소할 수 있는건 용기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요한은 ‘하루’에서 아내를 구하지 못한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남자 민철 역을 맡아 어떻게 해서든 아내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한다. 영화에서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만큼 더 한 비극이 있을까. 변요한 역시 이런 순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고, 감당하지 못할 큰 슬픔일테다.
“시나리오를 볼때는 몰랐지만, 막상 작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니 막막했다. 슬픔을 나누는 자리는 갔어도 누군가 죽는 걸 실제 눈앞에서 본적도 없고, 상상을 하려고 해도 제 주변 사람들까지 그렇게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관련 다큐멘터리도 보고, 아내 역의 신혜선 씨를 찾아보기도 했다. 분석을 토대로 촬영 때는 진정성으로 끌고 갔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저한테는 하나의 시도였고, 도전이었다.”
변요한은 김명민과 앞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명민은 정도전 역으로, 변요한은 그의 호위무사인 이방지 역으로 분해 남다른 남남케미를 선보이며 활약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에는 ‘하루’에서 만나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연기 투혼을 발휘했다.
“제가 감히 선배님과의 호흡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예전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선배님뿐만 아니라 동갑친구들이든 애기든, 누구랑 하든 항상 어렵다. 게다가 저는 숫기도 없고 애교도 없어서 선배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래도 선배가 내가 모르는 부분을 꾸밈없이 말씀해 주셨고, 덕분에 촬영을 잘 끝낼 수 있었다.”
변요한을 비롯한 ‘하루’팀은 평균 35도를 웃도는 지옥 같은 더위 속에서 촬영을 감행했다. 그늘 한 점 없는 찜통 아스팔트 위에서 고난도 촬영이 이어졌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지만 배우들은 달리고,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등 고난도 카체
“항상 일기예보에서 올해가 가장 덥다고 말하는데, 촬영 당시는 정말 너무 더웠다. 그 와중에 제가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잠깐 동안 쐰 차 안의 에어컨 바람이 너무 달콤했다. 거기서 아이스 헤이즐넛을 한 잔 마시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