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32년째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구준엽 강원래가 다시 클론으로 돌아왔다. 12년 만에 함께 무대에 오르는 두 사람은 무심한 듯 서로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클론 데뷔 20주년 앨범 '위 아(We Ar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29일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호텔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클론을 제작한 김창환 프로듀서는 이날 "클론이 21년째 되는 해다. 그동안 구준엽이 열심히 DJ로 활동하면서 음악을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연한 기회에 구준엽이 만든 음악을 들었다. 이제는 충분히 구준엽이 만든 음악으로 클론이 재탄생해도 될 것이라고 봤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단상 밑에 있던 구준엽은 밝은 웃음을 머금고 강원래의 휠체어를 뒤에서 밀면서 등장했다. 취재진 앞에 선 두 사람은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오랜 만에 이런 자리에 나온다"고 감정을 전했다.
이어 현장에 마련된 대형 화면에서는 새 앨범 타이틀곡 '에브리바디(Everybody)'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에브리바디'는 클론이 20년 동안 활동했던 연륜과 감정을 가사로 표현한 일렉트로닉 하우스 장르의 노래다.
김창환 프로듀서의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소속이자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에 참가한 이우진 등 연습생들은 구준엽과 '난'에 맞춰 셔플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클론의 새 앨범은 그동안 클럽 DJ로 활동하며 EDM 음악을 꾸준히 만들었던 구준엽이 모든 트랙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구준엽은 "친구(강원래)가 사고가 난 후에 DJ로 전향했다. 제대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제가 작업한 음원을 김창환 프로듀서가 듣고 흔쾌히 클론 노래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강원래는 "구준엽의 음악을 처음 들었다. 자주 만나지 않았다. 구준엽이 음악공부를 하는 줄 몰랐다"면서도 "구준엽이 피아노를 배운다고 했을 때 속으로는 웃었다. 이번 음악을 듣고 정말 구준엽이 작곡한 것이 의심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위 아'에는 '에브리바디'를 비롯해 '밤디라리라' '고 투모로우(Go tomorrow)' 등 6곡이 수록됐다. '에브리바디'는 클론이 20년 동안 활동했던 연륜과 감정을 가사로 표현한 일렉트로닉 하우스 장르의 노래다.
지난 1996년 정규 1집 앨범 '아 유 레디?(Are You Ready?)'로 데뷔한 클론은 '꿍따리 샤바라' '난' '도시 탈출' '돌아와' '초련' 등의 히트곡을 발표해 가요계를 대표하는 남성 듀오가 됐다.
강원래는 클론 데뷔 20주년에 대해 "1996년에 클론으로 데뷔했다. 구준엽과 둘이 무대에 섰을 때가 엊그제 같다. 다시 한 번 클론으로 무대에 섰다. 계속해서 유행을 이끌어가는 클론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구준엽은 "첫방송 이후 21년이 지났다. 저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앨범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활동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원래는 "앨범 이름은 '위 아'다. '너희 아직 클론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예스 위 아'라고 말한다는 뜻이다. 심하게 다투지 않는 이상은 영원히 해체할 일이 없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원래는 2000년 11월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던 중 교통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됐고, 클론은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강원래는 이듬해 그룹 콜라 출신 가수이자 동료 안무가 김송과 혼인신고를 올리면서 재활 치료에 전념했다.
구준엽은 "강원래와 있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울컥했을 때가 있었다. 강원래가 사고난 후 중환자실에 있는데 두 명을 찾는다고 간호사가 말했다. 김송과 구준엽을 찾는다고 하더라. 정말 울컥했다. 사경을 헤매면서도 나를 찾는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강원래는 "구준엽과는 32년 동안 함께 지냈다. 고등학교에 이어 군대에서도 만났다. 지겹도록 함께한 인연이었다. 의견 차이로 많이 다퉜지만, 다른 가수들보다는 우리가 굉장히 친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봤다. 최근 가수들은 팀 해체 후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더라. 형제 같은 사이다. 살갑게 인사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구준엽은 "불쌍할 때는 누구나 격려해준다. 잘 됐을 때 기뻐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강원래와 잘 지냈던 것은 서로 대답을 알고 물어봤기 때문이다. '예스'라는 대답이 나오는 질문만 했다"고 우정의 비결을 전했다.
클론은 강원래의 불의의 사고에도 2005년 정규 5집 '빅토리(Victory)'를 발매해 가요계에 복귀했다. 이후 강원래는 라디오 DJ, 장애인방송 MC와 더불어 여러 기관에서 강의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구준엽은 2006년부터 클럽 DJ를 시작했다.
강원래는 "아직까지 인생 최고의 인기나 명성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30~50대 또래들도 나이 들었다고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몸도 마음도 불편한 저도 꿈을 갖고 있다. 같은 동년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구준엽은 방송 활동에 대해 "음악방송에는 정말 조카 같은 분들이 나와서 하지 않을 것이다. 저희 나이에 맞는 무대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재밌는 얘기도 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콘서트도 할 예정이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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