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이 최근 진행된 MBN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브이아이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른 범죄드라마다.
‘부당거래’ 각본, ‘신세계’ 연출의 박훈정 감독이 내놓은 야심작으로, 앞선 영화들 보다 더욱 커진 국가 기관간의 충돌을 다뤘다.
이종석은 국정원과 CIA의 비밀스러운 보호를 받고 있는 북에서 온 귀빈 VIP 김광일로 분했다. 김광일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자신을 뒤쫓는 모두를 발아래에 둔 듯한 태도를 일관하며 유유히 수사망에서 벗어난다.
“처음에는 김광일 역할을 조연이라고 생각했다. 극을 끌고 가기 위한 장치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조연이라도 상관없으니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김광일은 타이틀 롤이라고 하셨다. 그때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가 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이종석은 ‘브이아이피’의 시나리오를 받고 박훈정 감독에게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연기를 항상 잘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신인 때부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당시 악역, 사이코패스를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항상 갈망은 있었는데,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이번에 시나리오를 보고 욕심내서 감독님을 찾아갔다. 실제로 하기로 결정을 해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은 작품에서 다룬 악역, 사이코패스를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캐릭터를 향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자신 있었다. 자신보다도 욕심이 먼저였다. 하고 나서는 걱정들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팬들 중에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 항상 캠코더를 들고 다니면서 모니터를 하는데, 감독님이 못하게 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못 보니까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한 혼란도 있었다. 김광일을 연기하면서 많이 걷어냈다. 악역을 한다고 해서 힘을 많이 주기도 했고, 연기적으로 많은 계산을 했는데, 감독님이 아무것도 못하게 하셨다.”
이종석은 ‘브이아이피’를 통해 여타 작품에서의 악역과는 결이 다른 악함을 보였다. 거친 남성미를 풍기며 등장부터 위압감이 넘치기 캐릭터보다는 그와 대조되는 하얀 피부와 곱상한 귀족 같은 비주얼 안에 숨겨진 광기를 뿜어내며 역대급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배우마다 이미지가 다르지 않나.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것, 각자의 무기로 삼는 것들. 저는 남성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느와르를 하고 싶은데,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연기를 한다고 쳐도 그걸 관객 입장 봤을 때 괜찮은가에 대해서 항상 물음표가 떴다. 예를 들어 내가 채이도(김명민 분) 역을 맡아 담배를 물고 상대방을 위협한다고 하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물음표가 있어 감히 엄두를 못 냈다. ‘브이아이피’는 제가 가진 걸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종석은 영화 속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그동안 보여왔던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생애 첫 악역 옷을 입은 이종석 조차 이 장면에 대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실 첫 장면을 찍으면서 피를 많이 봐서 그런지, 속이 안 좋았다. 하루 종일 멍하더라. 다들 힘들어 했던 장면 중 하나였다. 그 장면은 김광일을 통해 모두가 공분을 일으켜야했다. 그 장면이 없었으면 김광일이 굉장히 연약해 보였을 거다.”
이종석은 이번 영화를 통해 북한 사투리부터 영어 연기까지 다양하게 소화해냈다. 이전 작품에서 선보인 바 있는 북한 사투리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있었지만, 영어 연기는 영 쉽지 않았다. 게다가 박훈정 감독은 이종석에게 유일하게 강조한 부분이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이었다.
“북한 사투리는 자신 있었다. ‘코리아’, ‘닥터 이방인’에서도 북한 사투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감독님의 요구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감독님이 북한과 남한의 중간정도로 대사를 해달라고 하더라.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 정말 난감했다. 감독님이 박희순 선배님의 사투리 톤이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