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의 전성기 제2막이 열릴 전망이다. 빛과 그림자였던 ‘강철중’을 과감히 내려놓은 그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이전보다 더 힘찬 날개 짓을 시작한다.
전작 ‘불한당’을 통해 변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설경구가 곧 개봉할 심리 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이후에는 오달수, 천우희, 문소리, 고창석 등 절친한 연기파 동료들과 함께 휴먼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또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인다.
먼저 개봉을 앞둔 ‘살인자의 기억법’ 속 설경구는 그야말로 갓경구의 귀환이다. 제대로 이를 갈은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잠시 제 페이스를 잃고 슬럼프를 겪었다고 해도 역시나 (연기)신은 신이었다.
‘세븐 데이즈’ ‘용의자’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던 인물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간다는 파격적인 소재는 그대로 가져가돼 그저 사이코 패스였던 주인공은 어릴 적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아버지를 죽인, 사연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관객이 병수(설경구)의 심경에 이입할 수 있도록 그의 연쇄 살인 동기를 제공한 것. 사회의 불순분자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병수는 그 이후로 세상에 ‘옳은 살인’도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
설경구는 극 중 자신의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된 모습이다. 애절한 부성애, 희미한 기억 가운데서도 식지 않는 뜨거운 가족애, 전직 살인마의 섬뜩한 몸짓과 눈빛, 은근한 위트와 귀여움 등이 뭐 하나 튀는 부분 없이 완벽하게 녹아 있다. 덕분에 영화가 가진 많은 허점들은 그의 열연으로 인해 상당 부분 상쇄된다.
또한 지난 5월 29일 크랭크 인 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3개월 간의 촬영을 거쳐 지난달 27일 충주 탄금호에서 크랭크 업 했다. 학생들의 부모 역할은 설경구, 오달수, 문소리, 고창석, 김홍파가 출연하였고, 교장 역에는 강신일, 담임 교사 역에는 천우희가 출연하는 등 명품 연기파배우들의 라인업으로 촬영을 마쳤다.
일본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명문 국제중학교의 한 남학생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자 같은 반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로 소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호창 역의 설경구는 “모두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촬영했던 현장이었다. 최고의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영광이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으며 매너리즘에 빠져 지냈다는 설경구. 그가 전혀 다른 캐릭터, 기존과는 차별화된 연기 톤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그의 진면목을 다시금 확인할 때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는 9월 6일에,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내년 상반기에 각각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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