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제훈이 최근 MBN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 분)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 ‘박열’에서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을 연기해 폭발적인 연기변신을 선보였던 이제훈은 이번 ‘아이 캔 스피크’에서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 역을 맡아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을 돕는 인물로 분했다.
“‘박열’을 찍고 나서 바로 촬영에 임했어야 했기 때문에 사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조금 쉬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 캔 스피크’를 만나고 나서는 지금 시기에 필요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었고, 위안부 피해자에게 누가 되지 않고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출연하고 싶었다. 동시에 인식적으로만 생각 했던 역사에 대한 아픔을 등한시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에 대해 영화가 작은 씨앗이 되어 이후에 보게 될 세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따뜻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캔 스피크’는 9급 공무원과 구청의 블랙리스트의 만남 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억울함을 녹여냈다. 같은 소재의 여타 작품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로 정공법을 살려 그려냈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우회적으로 그려내 호탕한 웃음과 동시에 깊은 여운을 안겼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동과 묵직함이 있었지만 웃음 포인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 부분들이 촬영을 하면서 채워지니까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고,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재는 보통 한국영화에서 힘들고 무겁고 아픈 부분에 대해 정공법으로 찔렀다면 이 영화는 조금 더 우회적으로, 우리가 편안히 접근했지만 보고나서의 생각들을 더 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수 있길 바랐다. 이 작품에 있어서는 좋은 기억들만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이제훈은 원칙주의자 민재를 연기하기 위해 옥분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구축해나갔다. 깐깐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원칙과 절차가 견고한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잘 다려진 깔끔한 셔츠와 5:5가르마, 안경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부터 만들어나갔다.
특히 그는 옥분에게 단호하고 칼 같은 인물을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나문희 앞에서 연기하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나문희 선생님 앞에서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저를 너무 따뜻하게 바라봐주시면서 잘한다고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계속 선생님 옆에 있고 싶었다.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들을 때면 그냥 안에서 느껴졌다. 그걸 받아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했다. 민재의 드라마적인 리듬은 선생님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훈은 나문희를 향한 존경심은 꾸준히 드러내며 감탄을 표하고 있다.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나문희 선생님을 너무 존경해왔다. 유년시절을 돌이켜보면 조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거기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간접적인 이미지나 부분들을 선생님을 통해 찾을 수 있었는데, 만나서 연기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은 긴장도 되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다. 연기를 왜 그렇게 하냐면서 견제를 하거나 어렵게 보셨다면, 저도 어쩔 줄 몰라했을텐데, 저를 봐주시는 눈빛 하나, 말씀 하나가 너무 따뜻하게 느껴지니까 제가 거기에 그냥 무장해제가 된 것 같다”며 나문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다소 조심스러운 문제를 그려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실제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기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터다.
“역사를 담은 영화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는 게 첫 번째이지만 무슨 생각으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것에 스스로 책임도 많이 든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작품을 보고, 선택하고 연기하려 한다. 이런 작품들로만 인생을 채울 순 없겠지만, 직접적인 문제를 다뤄 발생한 2차적인 피해와 힘든 고통을 제가 다 헤아리면서 안아 줄 수 있는 영화를 참여하고 연기하고 싶다. 저의 바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훈에게 ‘아이 캔 스피크’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그는 “전 작품도 그렇고 이번에도 세상을 보는 시각과 주변사람들을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역사적 아픔에 대한 사실이 있지만 그것이 일상적으로 영항을 미치지 않은 분들이 대다수이기에 그런 것에 대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